국가자격시험에서 또다시 어처구니없는 출제오류가 발생했다. 16일 실시된 제43회 세무사 자격시험에서 한 문항이 아예 누락되고, 무려 다섯 문제가 중복 출제됐다. 이 정도면 명색이 국가가 주관하는 시험에서 나올 수 있는 실수의 수준이 아니다.
출제를 담당한 국세공무원교육원은 서둘러 사과하고 문제된 6개 문항에 대한 재시험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급한 대로 수습한다 해도 숱한 시간을 투자한 응시자들의 허탈감과 재시험 부담, 또 국민의 뇌리에 깊이 각인됐을 국가공신력에 대한 회의와 불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국가자격시험에서의 출제오류가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데도 도무지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공인중개사 시험의 경우 거의 매년 복수정답, 난이도 조절 실패 등이 문제되고 있거니와 사법시험 행정고시 등 대표적인 국가시험에서도 문제유출 의혹, 무정답이나 복수정답 등의 말썽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2004학년도 대입 수능시험에서는 두 개의 답이 나오는 대입시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적도 있었다.
분야와 성격이 다른 각종 국가자격시험을 한 두 부처에서 일원화해 책임지고 관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이다. 또 시험에서는 특정 문항에 대한 해석이나 미묘한 표현의 차이 등으로 인해 나중에 출제위원들도 미처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불거질 수는 있다.
그렇더라도 해당 부처에서 이중 삼중의 출제 관리 및 점검장치를 마련하되, 단계별 책임소재를 분명히 정해두는 것 정도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세무사시험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누구라도 단 한 번만 제대로 점검다면 일어날 수 없는 오류였다. 결국 공무원들의 정신자세를 포함, 국가 기강의 총체적 해이를 문제삼을 수밖에 없다.
국가시험에 대한 신뢰 상실은 당연히 우리의 국가시스템이 과연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진다. 아무래도 정부 곳곳이 나사가 빠져도 단단히 빠져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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