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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과열 상혼에 월드컵 응원가·율동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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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과열 상혼에 월드컵 응원가·율동 제각각

입력
2006.04.1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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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즈의 ‘레즈(Reds) 고 투게더’, 윤도현밴드의 ‘애국가 록버전’, 김종서의 ‘코리아’, 마야의 ‘아 대한민국’, 노브레인의 ‘소리쳐라 대한민국’, 신해철의 ‘돌격 아리랑’, 싸이의 ‘위 아 더 원’….

이번 독일 월드컵 길거리 응원전에서는 한국 국가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어떤 응원가를 불러야 할까. ‘필승 코리아’가 전 국민의 단일한 외침을 불러 일으켰던 2002년과 달리 올해는 기업들마다 다른 응원가나 율동을 지원하면서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마케팅 전쟁 탓에 국민들의 응원 열기가 분산돼 서로 ‘손발이 안 맞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붉은악마 공식 후원사인 KTF는 인기 개그트리오 ‘고음불가’와 국민배우 안성기를 통해 ‘레즈 고 투게더’를 띄우고 있고, SK텔레콤은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한국인 스타 박지성과 이영표를 동시에 내세운 광고를 통해 ‘애국가 록버전’을 보급 중이다.

인터넷 포털 기업 다음은 최근 영화배우 김수로를 광고모델로 영입해 국민적 유행을 탄 ‘꼭지점 댄스’를 ‘월드컵 응원 율동’으로 연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심지어 KB국민은행까지 ‘국민 여동생’ 문근영을 내세워 월드컵 응원 대비 ‘국민 체조 보급’을 표방하며 월드컵 응원 마케팅에 가세했다.

이 회사는 자사 로고가 들어간 ‘국민체조 지침서’도 만들어 전국에 배포할 예정이다. 이밖에 롯데제과는 열정적인 월드컵 응원과 집에서 TV를 보는 장면을 비교하는 광고를 통해 자사 아이스크림 ‘월드콘’을 홍보하고 있다.

이처럼 월드컵 열기가 상혼에 찌들자 ‘과열 마케팅’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화합의 장이 되어야 할 길거리 응원이 기업간 홍보 경쟁으로 인해 분열과 반목으로 얼룩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붉은악마 회원인 축구팬 정모(30)씨는 “선거판의 혼탁한 모습 마냥 응원단 간에 특정 응원가나 율동을 띄우려는 싸움이 벌어진다든가, 기업을 대표해 나온 응원단이 남의 응원가나 율동에 호응하지 않는 일이 벌어질까 두렵다”고 말했다.

일부 지방 대도시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월드컵 응원 행사를 기업 홍보에 이용하려는 이벤트 업체들의 극심한 경쟁으로 붉은악마 같은 순수 축구팬들의 길거리 응원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특정 기업 컨소시엄의 손에 넘어갔던 서울 광장의 사례가 전국에서 반복되면서 시민들의 순수한 응원 열기는 싹부터 잘려나가게 된 꼴이다.

정당한 권리를 가진 월드컵ㆍ축구대표팀ㆍ응원단의 공식 후원업체들은 곤혹스럽다. 이들은 “거액의 후원금과 광고비를 집행하며 월드컵 마케팅을 시작했는데 월드컵 덕을 보려는 일부 기업들의 얌체 행각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소송이라도 걸고 싶지만 괜히 잔치 분위기를 망치는 꼴이 될까 봐 억울함을 감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철환 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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