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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부 칼럼] 새내기 기자와 신문법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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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부 칼럼] 새내기 기자와 신문법 논쟁

입력
2006.04.1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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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기자 생활을 시작한 젊은이들을 부러워한다. 그들은 부엉이같이 놀란 눈을 뜨고, 사회 이면에서 벌어지는 선하고 추한 모습을 용기있게 보도할 것이다. 부러울 것 없는 나이와 포부가 부럽다. 그들이 안쓰럽기도 하다. 지금의 비이성적 언론 풍토에서 그들은 예기치 못한 좌절과 갈등을 겪을 것이다. 그들의 참신성은 손 안에 편하게 잡히는 냇가의 조약돌처럼 마모될 수 있다.

‘신문과 방송’ 최근호에 따르면, 수습 기자 중 55%가 자신의 이념적 성향을 진보라고 평가하고 있다. 보수는 30%, 중도는 15%였다. 새로 입사한 기자 10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였다. 인터넷신문과 방송사의 수습 기자는 9할 이상이 진보라고 답했다.

● 진보적 젊은 기자, 보수적 언론사

우울한 전망이지만, 많은 수습기자들은 머지 않아 자신의 의지나 철학이 소속 회사의 그것과 부조화를 보이는 데 갈등을 겪게 될 것이다. 이 조사를 보면, 지금 소속 언론사와 자신의 이념적 성향은 별 상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언론사의 특성을 고려하기 전에 기자직을 갖는 것이 더 급했을 것 같다.

현재 신문사들의 이념적 지형을 볼 때, 55%의 진보적 수습 기자들에 대한 전망은 차라리 암울해진다. 내가 볼 때 중앙 일간지 중 진보는 1, 중도는 2~3이고, 나머지는 보수 내지는 수구 신문이다. 수습 기자들의 이념적 성향과 현재 신문사들의 이념적 판도가 거의 반대로 되어 있다. 그나마 대부분의 진보와 중도는 자기 기준과 철학에 철저하지 않은 데 반해, 보수ㆍ수구의 목소리는 자기들만 이 시대ㆍ이 땅의 주인인 양 거칠 것이 없다.

신문도 상품이다. 덩치 큰 보수신문과 작은 진보ㆍ중도신문이 시장원리에 의해 선택된 결과라면 법 테두리 안에서 승복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휴일 집에 있어보면, 한국의 신문시장이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 훤히 알 수 있다. 상품권을 들고 찾아오는 확장 사원은 조중동 소속 뿐이다. 3주 전에는 이름까지 적고 돌려 보냈다.

신고포상제 아래서도 신문사의 과다한 무가지ㆍ경품 제공은 여전하다. 한 시민단체에 따르면 조중동의 위반율이 92.5%에 이른다. 1년 전 신고포상제 시행 직후 주춤했던 이 신문사들의 불법적 무가지ㆍ경품 제공이 다시 일상화한 것이다. 신문고시는 1개월 무가지와 신문대금의 20% 안에서 소소한 경품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몇 신문이 장기간 공짜 신문도 주고 상품권도 주면서, 우리 신문시장을 기형적으로 독과점하고 있다. 이런 그악한 풍토에서는 신문의 질이나 논조에 의한 공정경쟁은 아예 설 자리를 잃고 만다.

지난해 여론 다양성과 신문산업의 진흥을 위해 신문법이 제정되어 건강한 민주사회를 위한 한 가닥 희망이 비쳤다. 그러나 보수 신문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함으로써, 헌법재판소에서 한 차례 찬반 논쟁이 끝났다. 초점은 3개 신문사가 신문시장의 60%를 점할 수 없고 1개사가 30%를 넘을 경우 이 신문사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간주하는 신문법이 위헌이냐는 것이다. 공정거래법 상 타 업종은 3개사 점유율이 75%, 1개사가 50%를 넘으면 시장 독과점으로 간주된다.

● 다양한 여론 보장돼야 민주사회

헌재의 해석에 민주주의의 미래가 걸려 있다. 프랑스 헌법위원회는 신문시장 상한선이 독점방지와 여론 다원주의 원칙에서 합헌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시장지배적 기준도 공익기업인 신문을 다른 기업처럼 취급할 수 없다는 주장이 보편적이다. 언론자유는 국민을 위한 것이고, 사회 전체가 다양한 여론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부당한 방법으로 신문시장을 독과점한 보수의 목소리만 울려 퍼지게 해선 안 된다. 가령 반대로 우리 신문시장이 진보 일색으로 뒤덮여 있다면, 이 또한 건강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작게는 기자들의 신념을 위해, 크게는 국민 여론형성의 건강성을 위해, 국가는 다양한 목소리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

박래부 수석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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