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란 핵사태로 원유수급 등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단계적으로 에너지 수요 억제책을 시행하는 등 최악의 상황에 대비키로 했다.
산업자원부는 17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정세균 장관 주재로 한국전력 및 정유 5사 등 에너지업계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신(新) 고유가 대응 민관합동 에너지 수급 점검회의’를 갖고 단계적인 컨틴전시 플랜(위기 대응책)을 마련했다.
정 장관은 “이란의 석유수출이 중단되면 강제조치가 필요하지만, ‘유가가 얼마’면 강제조치를 취하는 식의 특정 시점을 정해놓지는 않았다”며 “5월초 이란 핵문제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결과를 지켜보고 신중히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이란과 미국의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예상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정부는 걸프만 입구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국제유가가 11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1979년 2차 오일쇼크 당시 이란의 정정 불안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유가인상으로 당시 47달러까지 뛰었는데, 물가수준을 감안해 오늘날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현재의 87달러 정도로 평가된다.
따라서 110달러의 충격파는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정부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의 70%, 가스의 55%를 수입하는 우리로서는 치명적”이라며 “제한 송전, 석유배급 등의 조치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에 대한 유엔의 경제제재가 이뤄질 경우
상당히 개연성이 있는 시나리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17일 싱가포르 상품시장에서 유가가 배럴당 70.85를 기록, 70달러선을 돌파했다. 환율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우리경제로서는 70달러대도 감당키 벅차다. 당초 국내 연구기관들은 올해 유가를 평균 53달러(두바이유 기준)로 내다봤는데, 현재 유가는 평균 58달러를 기록하고 있어 전망치를 5달러 웃돌고 있다.
정부는 이란에 대한 유엔의 제재가 가시화할 경우 비축유 방출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 국내 비축유는 정부와 민간보유분을 합쳐 1억4,950만 배럴. 111일간 사용할 수 있다. 정부는 올해안에 거제 비축기지에 750만 배럴 규모를 늘려 총 정부 비축능력을 1억2,350만 배럴까지 확충할 계획이다. 정유사들도 원유 대체수송로 확보와 중동외 지역의 원유도입 확대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에너지 절약외에 방법 없어
정부는 ‘3 ㆍ6ㆍ9 에너지절약 실천운동’을 문제 해결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사용하지 않는 조명의 소등, 컴퓨터 미사용시 전원 끄기, 승용차 요일제 참여 등 3가지 생활실천 방안과 자동차 공회전 자제 등 6가지 절약방안을 실행하면 연간 2조5,000억원의 에너지 절감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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