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스트 김재록씨가 현대ㆍ기아차 그룹에 이어 ㈜진로의 채무조정 로비에도 관여한 혐의를 검찰이 수사(17일자 1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김씨 로비 수사의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진로는 ‘김재록씨 수입 내역 리스트’에도 포함된 기업이어서 이 리스트에 올라 있는 다른 기업들로도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본보가 입수한 2002년 이후 김씨의 업체별 수입내역(7일자 1면)에는 진로와 현대차 외에도 대우자동차판매 쌍용자동차 현대종합상사 SK해운 ㈜SK 등이 포함돼 있다. 이중 몇몇 기업은 순수한 컨설팅 계약 관계로 보기에 미심쩍은 부분들이 있다. 2002년 대우자동차판매는 워크아웃 상태였고 2003년 SK와 SK해운은 그룹 비자금 사건과 분식회계로 금융당국과 검찰의 수사를 받아야 했다. 법정관리를 눈앞에 둔 진로가 김씨에게 손을 내밀었던 것처럼 부정한 청탁을 했을 개연성이 있는 것이다.
김씨는 그 밖에도 대우상용차 삼림종합건설 삼익 외환은행 경남기업 대우정밀, 동양기전 등 수많은 업체의 컨설팅을 독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주변에선 “김씨가 검찰에 진술한 기업이 20여개”라거나 “대기업인 S, D, L사와 신흥 재벌 P사가 다음 타깃이다” 등의 소문이 돌고 있다.
검찰은 10일 신동아화재 인수 로비 및 은행 대출청탁 등 명목으로 3개 업체에서 14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김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김씨에게 로비를 부탁한 기업들이 몇 곳 더 있다고 밝혔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수사보안 때문에 밝힐 수 없다면서도 “(현대차처럼) 눈에 띄는 기업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당시 설명은 현대차 같은 재계 최상위 기업이 없다는 것이지 ‘이름 없는’ 기업만 있다는 의미는 아니었던 셈이다. 대표적인 소주업체 진로의 로비 의혹 수사가 이런 추론을 뒷받침한다.
채 기획관은 김씨의 진로 관련 로비 혐의에 대해 처음엔 “확인해줄 수 없다”고 하다가 나중에는 “진로가 눈에 들어올 정도의 기업은 아니다”라고 수사 대상임을 간접 시인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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