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첫날인 17일 여야는 한 후보자의 이념과 아들의 군대 내 보직 배치 의혹, 당적 이탈 문제 등을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하지만 대부분 주장과 반박이 그 동안 제기된 그것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아 긴장감은 다소 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사상ㆍ이념 한나라당은 한 후보자의 사상검증에 초점을 맞췄다. 소재는 북한의 인권문제와 함께 한 후보자가 옥고를 치렀던 1979년의 크리스천 아카데미 사건, 한 후보자 남편인 박성준 성공회대 교수가 처벌 받은 통혁당 사건 등이었다.
김정훈 의원은 ‘한 후보자가 북한 노선에 동조하는 민족해방 노선을 조직했고 북한 방송을 청취했다’는 크리스천 아카데미 사건의 판결문을 인용하면서 사상검증에 불을 당겼다.
김재원 의원은 “한 후보자는 북한 인권문제와 민주화에 대해 단호함이나 균형된 목소리를 보여준 적이 없다”며 “북한에게 인권범죄의 중단을 요구하지 못한다면 이는 시민운동가이지 총리로서는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이한구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좌파신자유주의 정부’라는 말을 걸어 “도대체 뭘 보고 좌파라고 하는 거냐”, “좌파 쪽으로 가야 되는 분야가 어디냐”고 추궁하기도 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이를 적극 차단하려 애썼다. 이목희 의원은 크리스천 아카데미 사건 당시의 고문기록을 읽어 내려간 뒤 “몸서리치도록 아픈 상처를 두고 사상논쟁을 벌이려는 억지 주장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재천 의원도 “모든 사안에 대해 좌파니 우파니 하며 편가르기를 하는 건 국가 발전에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공박했다.
이에 대해 한 후보자는 “나는 한(恨)이 맺히지 않았다”는 말로 포용과 화합의 정치를 강조했지만,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에게는 “판결문 내용을 다 믿고 말하는 거냐”며 다소 격앙되기도 했다.
도덕성 2월 군에 입대한 한 후보자 아들(20)의 보직 변경과 관련한 청탁 의혹도 논란거리였다.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은 “한 후보자의 아들은 애초 지뢰설치제거 군사특기를 받았지만 배치를 받은 부대에선 편제에도 없는 행정병 보직을 받았고 부대 위치도 집 근처”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한 후보자는 “아들의 편지를 받고 나서야 부대 배치 사실을 알았다”고 청탁을 부인했지만, 주 의원은 “증인을 대면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고 다그쳤다.
이후에도 “청탁 사실이 밝혀지면 사퇴할 용의가 있느냐”(주 의원), “주 의원이 군에 있었을 때는 가능했을지 몰라도 요즘은 그런 일 불가능하다”(한 후보자)는 공방이 계속됐다.
한 후보자의 직장건강보험 허위 가입 여부에 대해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한 후보자가 99년 11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박금자 산부인과에서 직장가입자 자격으로 건강보험료를 납부했지만 서류상 직원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후보자가 “민주당에 영입됐던 당시 지역보험에 가입했어야 했는데 잘못했다”며 미리 고개를 숙이는 바람에 큰 논란으로 번지진 않았다.
당적 이탈 논란 한 후보자에 대한 한나라당의 당적 이탈 요구는 이날도 계속됐다. 진수희 의원은 “당적을 포기했으면 좋겠다는 제1야당의 요구를 일축했는데 일고의 가치도 없는 불합리한 요구라고 생각한 거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한 후보자는 “한나라당 요구의 핵심은 지방선거의 공정한 관리라고 생각한다”며 “지방선거를 공정하게 치르겠다”는 말로 비켜갔다.
그러나 주호영 이한구 박형준 의원 등이 줄줄이 나서 당적 이탈을 촉구하자, 한 후보자는 “선거와 관련해 위기관리 이외에는 당정협의도 하지 않고 정치성 공약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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