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38대 원성왕(元聖王ㆍ재위 785~798년)의 능묘로 추정되는 경북 경주시 괘릉(掛陵) 앞에는‘왕실의 수호자’인 돌 사자상(보물 1,427호ㆍ높이 140cm)이 늠름한 모습으로 죽은 임금을 지키고 있다. 경북 의성군 관덕동 삼층석탑을 지켰던 숫사자와 새끼 3마리를 품은 암사자상(보물 202호ㆍ9세기 건립 추정ㆍ높이 57cm)은 1,000년 풍파에 본래 형체를 앓아보기 힘들 정도가 됐지만 여전히‘불법의 보호자’로서의 위용을 오롯이 보여준다.
신라 불교와 왕실의 위엄을 상징하는 사자 유물이 처음 한자리에 모였다. 국립경주박물관(관장 김성구)은 18일부터 5월28일까지 신라를 중심으로 삼국시대 사자 유물 70여 점을 모은 ‘신라의 사자’ 특별전을 연다.
사자는 불교를 따라 실크로드와 중국을 거쳐 삼국시대에 우리나라에 전래됐다. 사자가 불교에서 부처님과 불법을 지키는 동물로 꼽혔기 때문이다. 실제 불교에선 부처가 앉은 자리를 ‘사자좌(座)’, 부처의 말씀을 ‘사자후(吼)’, 부처를 ‘사람 중 사자’(人中獅子)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사자 관련 유물은 서울 뚝섬에서 출토된 불상 대좌에 새겨진 사자 2마리(5세기 추정)인데, 고구려 것인지 중국 수입품인지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신라는 경주 분황사 석탑 사자상과 경주 탑곡바위에 새겨진 사자 등이 통일 이전 유물로 꼽힌다. 사자는 이후 불상의 대좌, 부도, 석비 등 석조물의 기단부 외에 사자 석탑, 쌍사자 석등 등 우리 민족만의 독특한 표현 형식으로 발전했다.
사자는 신라에서 왕실 수문장 역할도 했다. 능묘를 지키는 사자상 외에도 경주 월정교, 춘양교 터 등에서 발굴된 사자상은 궁궐을 호위한 것으로 여겨진다. 신라의 이사부(異斯夫ㆍ생몰년 불명)가 512년 나무로 사자상을 만들어 지금의 울릉도인 우산국(于山國)을 무릎 꿇렸다는 삼국유사의 기록도 사자가 신라 왕권의 위엄을 나타냈음을 보여준다.
전시에는 ‘왕권ㆍ불법 지킴이’로서의 사자 유물 외에도 공예품 및 석조품, 향 등 불교 공예품이나 기와에 나타난 사자의 모습 등도 살펴 볼 수 있다. 권강미(32) 학예연구사는 “삼국시대 사자상의 전래에서부터 통일신라시대 여러 유물에 나타난 사자의 조형적 특성과 상징성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라고 말했다. 28일에는 경주 인근 문화유산 해설사 및 교사를 위한 해설, 5월13일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특별강연이 열린다. (054)740-7599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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