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적 요인이 키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정설이 없지만 일반적으로 선천적 요인과 후천적 요인이 20 대 80 정도로 작용한다고 한다. 유전보다는 영양, 운동, 환경 등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경제성장과 함께 한국인의 키가 비약적으로 커진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2004년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20대 남자의 평균키는 1979년에 비해 6㎝ 커진 173.2㎝, 여자는 4.6㎝ 커진 160.0㎝로 나타났다. 1979년 당시에는 남녀 각각 서양인에 비해 10㎝ 이상 작았지만 이제 그 격차도 크게 좁혀졌다.
▦ 최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AP통신의 ‘2005년 상반기 동아시아 통계연감’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25세 한국 남자의 평균키는 173.3㎝로 37개 조사대상국 중 24위였다. 네덜란드(182.5) 덴마크(181.5) 등 북유럽 국가들에게는 크게 못 미치지만 프랑스(176.4) 이탈리아(176.1) 미국(175.0) 등과는 별 차이가 없다. 일본(170.7) 중국(169.9)보다 2~3 ㎝ 더 크다는 점도 눈에 띈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인의 평균키가 일본인보다 작았다. 한국인의 왜소 콤플렉스는 이제 옛말이다.
▦ 북한으로 눈을 돌리면 전혀 다른 상황이 된다. 앞의 신화통신 보도에 의하면 북한의 청년 평균키는 158㎝로 조사대상국 중 최하위다. 남한과는 무려 15㎝이상 차이다. 탈북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면 남북의 같은 나이 대의 청소년의 키가 10~20㎝ 가량 차이가 난다고 한다.
초등학교 6학년 또래의 탈북청소년의 키가 1학년과 비슷하다. 남한 청소년들의 키는 해가 다르게 커가는데 북한 청소년들은 극심한 영양 부족으로 심각한 성장 지체를 겪고 있는 탓이다. 같은 유전자를 물려 받았음에도 이런 상태로 한 세대가 지나면 인종이 달라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 북한 당국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키 크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고등중학교에서는 배구 농구 철봉 줄넘기 뜀틀 달리기 등을 키 크기 운동 종목으로 선정해 적극 장려한다. 하지만 영양이 턱없이 부족한 청소년들이 운동에 열의를 갖기 어렵고 운동을 한다 해도 효과가 있을 리 없다.
키크기 영양사탕, 키크기 진흥콩, 활성영양알이 등장했다지만 식량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북한청소년들의 왜소화는 막을 수 없다. 북한이 핵 문제 등에서 ‘버티기’를 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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