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을 찾아라.’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 찾기 운동이 직지가 탄생한 충북 청주 지역을 중심으로 거세지고 있다. 시청 등 기관은 물론이고 대학과 민간단체들이 앞다퉈 전국 사찰과 고서점 등을 이잡듯 뒤지고 있다. 민간 법인이 발족했고, 해외 탐사도 예정돼 있다. 직지를 찾는 사람에게는 거액의 포상금이 걸렸다.
직지 찾기 열풍이 불고 있는 이유는 또 다른 직지 원본이 국내ㆍ외에 남아 있을 가능성 때문이다. ‘제2의 직지 원본’을 확보하게되면 금속활자 발명국 자긍심을 되살리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판단도 깔려 있다.
현존하는 직지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된 단 1권이 유일하다. 상ㆍ하 2권으로 구성된 것으로 전해졌지만, 국내외 어디서도 다른 원본이 발견된 적은 없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직지가 금속활자로 다량 발간된 책자라는 점을 감안할 때 어딘가에 남아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직지 찾기 운동은 올초 청주에서 사단법인 세계직지문화협회가 발족하면서 확산되고 있다. 이수성 전 총리가 회장을 맡은 이 단체는 범 국민적 직지찾기 운동을 목표로 정했다. 100억원 가량의 기금을 조성하고 전국 시민ㆍ사회단체들과도 손잡는다. 협회 관계자는 “지역 시민단체, 청주 고인쇄박물관 등과 힘을 합쳐 직지를 찾아내는 데 총력을 기울일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대학도 가세했다. 서원대는 북한과 중국 학술단체와 함께 3개국 공동으로 직지 찾기에 나설 계획이다. 이 대학 직지문화산업연구소와 북한 사회과학원 민족고전연구소, 중국 옌볜(延邊)대 민족연구원이 ‘직지공동발굴위원회’를 만들고 각국에 연락소를 두기로 최근 합의했다. 2008년까지 50여명의 전문 인력을 투입해 직지발굴 작업도 벌인다.
민간단체인 청주 직지문화연구소는 직지 탐사를 위해 중국으로 날아간다. 직지 매니아 10여명으로 ‘직지탐험대’를 구성, 6월께 직지 추적 활동에 들어가는 등 대장정에 나서는 것이다.
탐험대는 허난(河南)성 뤄양(洛陽)시, 산시(山西)성 장쯔(長治)시 등에서 집중적으로 조사활동을 벌인다. 정덕형 소장은 “탐사 예정지는 직지를 만든 고려말 고승 백운화상이 자루 왕래하던 곳인데다 청주의 지명과 같은 옛 지명이 남아 있어 특히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시의회는 ‘직지 포상금’을 택했다. 시의회는 최근 직지를 찾는데 결정적으로 공헌한 사람에게 거액의 포상금을 주도록 한 조례를 만들었다. 시의회측은 “포상금 액수는 명시하지 않았지만 수십 억은 족히 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청주시는 직지 찾기 운동을 전국으로 확산시켜 범국민적 관심사로 부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상반기 안에 ‘직지 홍보극단’을 만들어 주요 도시를 돌며 직지 소재 창작 연극을 선보일 계획이다. 8월에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한국 금속활자 특별전시회를 열고, 9월께는 직지 축제와 직지찾기 전국 사이클 대회도 개최한다.
청주고인쇄박물관 김홍영(47) 학예실장은 “직지는 서양 최초의 금속활자본 ‘42행 성경’보다도 제작 연도가 무려 78년이나 앞설 정도로 가치가 높다”며 “학술적 연구와 후손을 위해서도 직지 찾기가 결실을 맺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직지심체요절은
고려 말 고승 백운화상이 선을 수행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어록을 모아 만든 불서. 정식 이름은 '백운화상초록직지심체요절'이다. 그의 제자들이 1377년(고려 우왕 3년)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인쇄했다.
서양 최초의 금속활자본 구텐베르그의 '42행 성경'보다 78년 앞서는 현존 최고(最古)금속활자본이다. 2001년 9월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으로 등재됐다. 상ㆍ하 두 권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중 하권 1 부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돼 있다. 구한말 프랑스 초대 공사로 왔던 꼴랭 드 쁠랑시가 수집해 간 것으로 알려져있다.
청주=한덕동기자 dd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