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현대차 비자금 조성 사건의 책임 소재를 수사를 완결한 뒤 일괄적으로 가리겠다고 밝혀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기아차 사장 부자의 사법처리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현재 비자금 조성 부분 조사는 거의 마무리 단계다. 그룹의 최고위 실무 책임자라 할 수 있는 정순원 채양기 전ㆍ현직 그룹기획총괄본부장에 이어 이정대 재정본부장과 김승년 구매총괄본부장까지 조사했으니 정 회장 부자만 조사하면 대미를 장식하게 되는 셈이다.
검찰은 13일 체포한 이정대, 김승년 두 본부장을 풀어준 데 대해 "조사는 다 됐으나 신병 처리 여부는 나중에 일괄해서 결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책임을 어느 선까지 어떻게 물을지는 정 회장 부자까지 모두 조사한 뒤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검찰이 정 회장 부자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지금까지 재벌기업의 비자금 사건이 터지면 그룹 임원들이 모든 책임을 지고 사법처리되는 경우가 많았다. 총수는 "몰랐다"고 발뺌하고 월급쟁이 임원은 "내가 알아서 했다"고 주장하면 그만이었다.
검찰도 이런 이유로 총수 사법처리에 대해서는 미리부터 신중한 태도로 일관하는 것이 상례다. 이 점에 비춰볼 때 검찰의 태도는 매우 적극적이다.
특히 이번 수사에서 비자금 뿐 아니라 '부의 편법 승계'도 수사 대상이 되고 있는 점은 검찰의 사법처리 수위를 가늠하게 한다.
그룹의 '금고지기'를 했던 글로비스 이주은 사장이 구속된 마당에 그 윗선인 오너 일가에 책임을 묻지 않을 경우 검찰이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일괄 사법처리 방침에 따라 검찰이 정 회장과 정의선 기아차 사장 가운데 누구에게 더 큰 책임을 지울지도 관심이다.
일각에선 정 사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조성된 비자금의 최대 수혜자이고, 2000년부터 그룹 임원을 지냈다는 점에서 처벌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정 회장의 아들 사랑이 남다르다는 점에서 정 회장이 최종 책임을 질 것이란 주장도 만만치 않다. 검찰이 일괄처리 카드를 내놓은 데에는 사법처리 최종 결정 때 운신의 폭을 넓히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수사 내용과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 검찰의 엄정한 의지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검찰에 대한 역풍을 차단할 최선의 카드를 꺼내겠다는 것이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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