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부과학성이 내년부터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상대로 무료 보습학원을 운영한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이는 경제적 이유로 학원에 다니지 못하는 학생과 학원에서 과외수업을 받는 학생 간 학력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무료 보습학원은 초ㆍ중학교 교실이나 공민관, 지역 아동시설에 설치되며, 학생들은 방과 후나 토ㆍ일요일, 여름방학 기간에 수업을 받게 된다. 특히 학력 차이가 심한 국어, 산수(수학) 과목을 집중해 가르칠 예정이다. 수강료는 무료로 하되 교재 값은 참가자가 부담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문부성 담당자는 “무료 보습학원은 진학 학원처럼 입시공부를 시키는 게 아니라, 수업 이후 시간에 공부하고 싶은 학생에게 기회를 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사실상 공교육 취지에 어긋나는 대책을 강구할 정도로 일본에서 학생 간 성적 격차는 크게 벌어지고 있다. 2004년 말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학력 조사결과에서 일본 초ㆍ중학생 하위층의 독해력은 전보다 더 떨어져 상위층과의 격차가 확대됐다. 특히 수학의 경우 경제력 등 가정환경이 좋은 학생일수록 점수가 높게 나타났다.
일본 사회에선 “주 5일제 수업 등으로 수업시간이 줄면서 학원에 다니지 않고 학교 수업에만 의존하는 학생들이 불리하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됐다. 지난해 문부성 조사에서 초등생 4~6학년의 37%, 중학생의 51%가 학원에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료 보습학원의 지도교사는 풍부한 경험을 지닌 퇴직교사나, 현직 교사 중 희망자의 신청을 받아 ‘인재 뱅크’로 운용될 예정이다. 문부성은 내년부터 본격 정년을 맞는 전후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團塊)세대 교사들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초ㆍ중학교 퇴직교사는 지난해 6,500명이었으나 2008년에는 1만5,000명으로 증가한다.
한편 경제산업성은 이과 수업을 돕기 위해 기술자와 연구자를 지역별 인재뱅크에 등록, 해당 지역 초ㆍ중학교 수업에 파견하는 제도도 도입할 방침이다. 어린 학생들의 이과 기피현상을 해소해 산업기술을 지탱할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것이다.
도쿄=김철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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