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바입니까, 골포스트입니까. 헷갈리면 골대라고 하면 됩니더.” “원정팀은 와 이래 헷갈리게 합니꺼, 흰 선수도 있고 검은 선수도 있고….”
프로축구 K-리그 대구FC의 홈경기가 열리는 대구 수성구 월드컵경기장. 전후반 90분동안 관중들은 저마다 귀에 라디오 이어폰을 꽂고 폭소를 터뜨린다. 바로 대구FC 유머중계 해설가 방우정(45)씨가 걸쭉한 경상도사투리로 쏟아내는 유머 축구중계 때문이다.
방씨가 대구FC 축구해설을 맡은 것은 2004년 프로축구 시즌부터. “관중들의 귀도 즐겁게 해달라”는 당시 이대섭 대구FC 단장의 부탁으로 대구월드컵경기장 마이크를 잡게 된 그는 경기장 주변에만 FM라디오 88.1㎒로 중계되는 특성상 거침없는 편파방송(?)으로 관중들을 흥겹게 한다.
3년째 3∼11월 축구시즌이면 어김없이 대구FC 홈경기를 유머중계하는 그는 인터넷에 ‘방우정 어록’을 올리는 네티즌마저 줄을 이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유머중계가 인터넷(www.daegufc.co.kr) 등을 통해 전국에 알려지면서 지난해 8월 축구 올스타전에 장내해설가로 초빙된 방씨는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도 특유의 입심으로 관중을 사로잡았다. “어르신들이 경기할 때는 시간이 아니라 경기장 크기를 줄여야 한다”며 말문을 연 그는 대머리인 박항서 2002월드컵 수석코치에게는 “공과 머리를 구별할 수 없다”는 유머로 경기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시민들이 축구를 더 사랑하게 됐으면 좋겠다”는 방씨는 올해부터는 대구월드컵경기장 유머중계때 관중석에도 대형스피커를 틀어주고 관중과 즉석인터뷰도 하며 축구열기를 띄우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때는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시민 20만명의 응원행사를 진행한 그는 이번 독일월드컵 토고전이 열리는 6월13일 밤에도 거리응원을 이끈다.
그의 활동무대는 ‘지역구’를 넘어 ‘전국구’로 확대되고 있다. 현재 MBC 라디오 프로에도 한 달에 2, 3회 고정패널로 출연하고 있으며 ‘유머화술과 파워스피치’와 ‘대중 앞에 당당히 서는 법’ 등 화술도 지도하는 등 영역을 넓히고 있다.
1986년 계명대를 졸업, 21년째 이벤트 전문MC의 길을 걷고 있는 그는 인기개그맨 김제동씨와 ‘김샘’으로 유명한 김홍식씨와도 각별한 사이다. 1999년 대구 우방랜드에서 행사를 진행할 때 만난 김제동씨와는 한솥밥을 먹다시피했으며, 10년 넘게 자신이 맡았던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스 장내 아나운서 자리도 그에게 내주는 등 형님 노릇을 톡톡히 했다.
방씨는 두 사람과 전국 처음으로 전문MC 모임인 ‘MC 리더스’를 만들어 후진을 양성하고 있고 2004년에는 이를 토대로 전국이벤트MC연합회를 창립, 올 2월까지 초대회장을 맡기도 했다.
방씨는 “관중들이 축구중계 재미있게 들었다고 이야기할 때가 가장 보람 있다”며 “축구열기가 독일월드컵까지 이어지도록 관중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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