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6조원 이상 기업집단 계열사의 다른 회사 출자 한도를 순자산의 25%로 제한하는 출자총액제한제도에 대해 정부가 폐지 방침을 굳혔다고 한다. 폐지시기는 2007년이나 2008년이 거론되고 있으며, 제도 폐지에 따라 소홀해지기 쉬운 소액주주 보호 문제는 따로 대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재벌정책 중에서도 가장 논란이 뜨거웠던 출자총액제한제에 대해 범정부 차원의 논의를 거쳐 분명한 정책방향이 결정됐다는 사실을 우선 높이 평가한다. 출총제는 재벌에 대한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고, 순환출자를 통한 문어발식 기업 확장에 제동을 거는 정책의 당위성 만큼이나 글로벌 시대에 역행하는 투자규제이며, 국내 투자가 자유로운 외국자본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반론도 설득력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당초 대기업 정책 근간을 담고 있는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이 마무리되는 연말쯤 출총제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여당 내에서도 폐지론이 제기되는 등 폐지주장이 힘을 얻어 왔다. 그런 만큼 정부가 확실한 방향을 제시, 소모적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정책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인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이번 결정이 대기업의 신규투자를 가로막는 걸림돌을 제거함으로써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기업 투자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재계가 그 동안 강조해온 경영권 보호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본다.
그러나 현대자동차에 대한 검찰 수사는 계열사 출자를 통한 그룹 지배방식이나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이라는 재벌의 병폐가 여전함을 확인시켜 주었다.
외환위기 직후에도 외국자본의 국내기업 사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1998년 4월 출총제가 한때 폐지됐으나 1년 뒤에 대기업들의 순환출자가 다시 크게 늘어나는 바람에 재도입된 바 있다. 따라서 지배구조의 투명성 확보와 무분별한 확장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필요하다고 본다. 그 방식은 정부의 직접적 규제보다는 시장을 통한 간접 견제방식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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