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워싱턴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은 날카로워지는 전략적 대립 국면에서 이뤄지는 전술적 화해라 할 수 있다. 겉으로 미국이 공세를, 중국은 수세를 취하면서 타협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속으로 미국은 중국의 에너지 외교를, 중국은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을 위협으로 간주, 한치의 양보도 없는 대결을 이어가고 있다.
양지에츠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14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방미는 안정 속의 성장, 평화 증진 외교를 지향하는 중국의 진의를 미국인들이 좀 더 아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결코 미국을 라이벌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대중 무역적자를 우려하는 의회의 거센 보호주의에 편승,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최근 중국 방미 구매사절단이 150억 달러의 현금을 뿌렸지만 미국은 연간 2,000억 달러를 상회하는 중국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위안화 절상, 지적재산권 보호 등의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위안화 문제는 지난해 7월과 같은 급격한 절상 방안 보다는 점진적 절상 방안이 물밑에서 합의된 듯하고, 지적재산권은 중국 내 PC에 정품 소프트웨어 설치 의무화 조치 등으로 봉합되는 분위기이다.
이런 타협에도 불구하고 정상회담 분위기는 상당히 싸늘할 것 같다. 중국으로서는 미국이 최근 국가안보전략보고서(NSS)를 통해 불투명한 군사력 확장을 강하게 문제삼고 인도와 핵 기술협정을 체결해 중국을 압박한 것이 불만이다. 게다가 대만 군수품 수출 조치 등으로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무색케 했다고 본다.
반면 미국은 아프리카와 중남미의 원유와 지하자원을 싹쓸이하는 중국이 이들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감퇴시키는 상황에 경계하고 있다. 지난 주 미 국무부 중남미 담당 차관보가 중국과 중남미 전략대화를 갖고 중국이 중남미에 영향력을 확대하지 않는다는 다짐을 받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였다.
회담에 임하는 두 정상도 전략적 화해보다는 국내 정치수요를 충족시키는데 더 신경을 쓰고 있다. 국가주석 취임 이후 미국을 처음 방문하는 후 주석은 내년 공산당대회를 전후로 권력기반을 확고히 한다는 포석이어서 신장된 중국의 국력을 확인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번 방문을 국빈방문으로 격상시킨 중국의 집요한 의전 요구도 이런 데서 비롯됐다.
한편 북한 핵 문제는 비타협적인 미국의 원칙, 타협을 지향하면서 접점을 모색하자는 중국의 입장이 다시 개진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베이징=이영섭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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