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을 받아들인다면 모든 생물의 종(種)과 종 사이에 점차 변화해가는 형태를 지닌 중간 종의 존재도 인정해야 한다. 가령 시조새 같은 것이다. 이것의 화석을 분석하면 부리와 이빨, 날개와 발가락, 깃털과 속이 채워진 뼈 등 공룡(파충류)과 조류의 양 특성이 모두 나타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구한 진화 과정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이런 중간 종 화석은 여간해서 발견되지 않는다. 바로 이것이 진화론에서 말하는 ‘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다. 물론 진화론을 부정하는 이들은 시조새도 중간 종이 아니라 100% 완전한 조류라고 주장하지만.
▦이 ‘잃어버린 고리’의 출현 소식이 최근 부쩍 잦다. 이 달 초 과학저널 ‘네이처’는 물고기와 육지동물의 중간형 동물화석이 캐나다에서 발견됐다는 보고서를 실었다.
이 동물은 아가미와 비늘 등 어류의 특성과 함께 두개골, 목뼈, 갈비뼈를 갖추고 있고 지느러미에서는 네발동물의 관절에다 손가락 모양 뼈도 발견됐다는 것이다. 며칠 전에는 직립보행 진입단계의 원인(猿人)과 현재까지 인류의 최고조상으로 알려진 ‘루시’(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의 별명)와의 연결고리로 추정되는 화석이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됐다는 보도도 있었다.
▦사실 이런 일이란 정체불명의 불완전한 몇 개 뼛조각을 꿰어 맞춰 해석하는 작업인 만큼 착오도 잦기 마련이다. 광물성분으로 검게 변한 두개골을 보고 300여 만년 전 초기인류가 이미 불을 사용했다고 흥분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뒤에 프로메테우스라는 학명을 붙인 적도 있고, 동물 뼈무더기에 훼손된 동족의 뼈가 있는 것을 보고 ‘인류조상은 식인종’이라고 단정했다가 훗날 다른 육식동물에게 먹힌 흔적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그래도 잃어버린 고리를 찾는 일은 세계와 인류의 정체성을 찾는 일인 만큼 흥미있고 가치있는 일이다.
▦흥미는커녕 짜증과 분노만 일으키는 게 하는 건 우리 현실에서 끊임없이 발견되는 구태(舊態)와의 연결고리다. 대기업의 총체적 비리경영이나 정당의 추악한 공천장사 따위가 그것이다.
온 나라가 개혁을 다짐하고 투명성을 외쳐대도 워낙 오래 굳어진 체질이라서 그런 것일까? 하기야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반복한다’는 진화론의 유명한 명제도 있긴 하다. 모든 생물은 배아에서부터 성체로 되기까지의 형태변화에서 선조의 진화과정을 압축적으로 반복한다는 뜻이다. 영원히 발굴되지 못하도록 꽁꽁 묻어야 할, 참으로 지겨운 고리다.
이준희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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