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자가 술값이 너무 많이 나와서 괴로워하다가 자살할 경우 술값을 내린다고 알코올 중독 문제가 해결되겠습니까?”
최근 이동통신사들이 도입한 무선 데이터 이용료 상한제를 빗댄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무선 데이터 이용료 상한제란 휴대폰으로 게임, 동영상, 음악파일 등을 아무리 많이 사용해도 이용료를 월 20만원 이상 받지않는 제도다. 올 초 중학생이 월 370만원에 이르는 무선 데이터 이용료로 고민하다가 자살하면서 도입됐다.
하지만 이통사들의 이번 대책은 정보통신부의 ‘부담스런 권유’에 밀려 억지 춘양식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시민단체에서는 무선 데이터 이용료 상한제에 대해 회의적이다. 녹색소비자연대 김진희 국장은 “과도한 요금 논란은 줄어들겠지만 청소년들의 무선 인터넷 중독을 근본적으로 막지는 못한다”며 “오히려 청소년의 무선 데이터 이용을 방조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통부는 이 같은 비판에도 불구, 청소년들의 무선 데이터 중독문제를 해결하려는 데 소극적이다. 예컨대 정통부는 14일 녹색소비자연대 주관으로 열린 이통사의 무선 데이터 이용 관련 토론회 참석을 거부했다. 전기통신사업법상 무선 데이터 이용에 대한 항목이 없어 소관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 국장은 “정통부가 의지만 있다면 이통사로 하여금 청소년 약관을 따로 만들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등 할 일이 많다”고 꼬집었다. 정통부는 이통사들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이제라도 청소년을 둔 부모들이 납득할만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때다.
최연진 산업부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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