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현대미술 시장이 폭발하고 있다. 중국 안팎에서 수집가가 몰리고 작품 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아 그야말로 부글부글 끓고 있는 상황이다. 수집가들이 펀드를 만들어 미술품을 사냥하고 한 사람이 인기작가의 작품을 싹쓸이하는 등 과열 투기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국제적으로 관심 밖이었고, 중국 안에서는 찬밥 신세거나 탄압을 받았던 것에 비하면 놀라운 변화다.
13~16일 열린 ‘베이징 아트페어’(정식명 중국국제화랑박람회)에서도 그런 열기가 감지됐다. 아트 페어는 화랑들이 모여 미술품을 거래하는 시장이다. 17개국 97개 화랑이 부스를 차린 베이징 시내 국제무역센터 1층 전시장 밖에는 문을 여는 아침 9시30분 전부터 관람객들이 장사진을 치고 입장권 암표상까지 등장했다.
작품을 구경하고 사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가운데, 화랑들은 저마다 갖고 나온 작품을 파는 데 열을 올렸다. 최근 국제적 스타로 떠오른 중국 현대미술 작가들, 장샤오강, 위에민준, 펑정지에 등의 작품은 여러 부스에서 눈에 띄었고, 일찌감치 팔렸음을 알리는 빨간 딱지가 붙었다.
올해로 3회째인 이 행사는 출품작 수준이 들쭉날쭉하고 운영도 다소 어설퍼 보였다. 하지만 중국 시장의 거대한 잠재력이 자석처럼 세계를 끌어들이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세계 최고인 구겐하임미술관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맞춰 베이징에 문을 열 것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베이징 아트페어 조직위원회의 왕이한 부위원장은 “1, 2회 때만 해도 아시아권 이외 지역에서 오는 화랑이 거의 없었지만, 올해는 유럽과 미국에서도 많이 참여하는 등 전체적인 규모와 수준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는 5년 전부터 화랑이 생기기 시작해 2~3년 전부터 급증하는 추세”라며“현재 외국 화랑은 20~30 개가 들어와 있다”고 전했다.
세계의 눈길이 중국 현대미술에 집중된 것은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가 21명의 중국 작가를 소개하면서부터다. 한국도 중국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베이징 아트페어에 참여한 한국 화랑은 국제ㆍ현대ㆍ가나ㆍ카이스ㆍ샘터ㆍ학고재ㆍ아트사이드 등 14개로, 단일 국가로는 중국 다음으로 많다.
박서보최소영 홍경택 고영훈 김지혜 박승모 정연두 등의 작품이 팔렸다. 현재 베이징에 진출한 한국 화랑은 지난 연말 상륙한 아라리오를 시작으로 표, 문, 이음 등 4개이고, 현대, 금산, 아트사이드가 연내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의 이면에는 한국 시장은 너무 좁고, 한국 작가를 세계에 팔려면 중국을 발판으로 삼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다.
한국 200억원, 중국 1조원이라는 연간 미술품 경매 규모에서 단박에 드러나듯, 중국은 거대한 시장이다. 급성장하는 중국 경제와 전 세계에 흩어진 막강한 화교 자본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신흥시장이 그러하듯, 위험 요소도 많다. 특히 작품 값이 너무 빨리, 너무 높이 뛰고 있는 데 대해서는 요즘 제일 잘 나가는 중국 작가인 팡리준조차 “시장이 미쳤다”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베이징 외곽의 두 예술지구, ‘다샨즈 798’과 ‘지우창’은 중국 현대미술이 결코 한때의 광풍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웅변한다. ‘다샨즈 798’은 1950년대 지어진 낡은 군수공장 지대로, 세계 각국의 100여 개 화랑과 작가들의 작업실 200여 개가 모여있다. 최근 다샨즈보다 늦게 형성된 ‘지우창’은 본래 술 공장으로 쓰이던 건물에 30여 개 화랑과 작업실이 입주해 있다.
중국 진출을 추진하는 외국 화랑들에 대해 15년 전부터 베이징에 자리를 잡은 호주 화랑 ‘레드 게이트’의 브라이언 월리스 대표는 ‘신중하고도 장기적인 전략’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 현대미술 시장에 거품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시장이 워낙 큰 데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좋은 작가도 많기 때문에 가능성은 매우 크다”면서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유명 작가를 팔려고만 하지 말고 중국의 신진 작가를 발굴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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