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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공천비리 반성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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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공천비리 반성 부족

입력
2006.04.1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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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이재오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담담했다. 공천헌금 사건에 대해 지도부가 먼저 고해성사를 하고 조치를 취했으니 “할 일을 다했다”는 생각인 듯 했다.

이 원내대표는 “김덕룡 박성범 두 의원을 검찰에 고발한 것은 당이 진정으로 거듭나려는 의지이자 정풍운동”이라고 강조했다. “(공천비리에 대해) 송구스럽다”는 말도 했으나, 방점은 ‘지도부의 결단’에 찍혀 있었다. 다른 참석자들도 “외부에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격려를 하는 분위기”, “잘못된 관행과 구태를 끊기 위한 전쟁”이라고 자화자찬성 발언을 했다.

전날 의원총회에서는 오히려 파문 당사자를 동정하는 분위기가 완연했다. 잘못을 인정한 김덕룡 의원이 정계은퇴를 시사한 뒤 퇴장하자 수십 명의 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청했고, 많은 이들이 회의장 밖까지 배웅을 했다. 일부 여성의원은 눈물을 보였고, 한 중진은 발언을 신청해 김 의원을 두둔하기도 했다. 의원들간 개인적 관계로 보자면 얼마든지 동정하고 위로할 수 있다. 하지만 의총은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충격적인 공천헌금 사건에 대해 사죄하고 대책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사사로운 관계가 앞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 한나라당은 드높은 비난여론에 직면해 있다. 인터넷 사이트마다 비판 글이 폭주하고 있다. 지방선거 측면에서 보자면 여당은 뜻밖의 호재에 쾌재를 부르고 있다. 이런 마당에 당의 결단 운운하며 서로를 감싸는 모습은 우습다. 정상적 지각을 갖고 있는 당이라면, 여론이 납득할 때까지 사과하고 성의 있는 대책마련을 서두를 것이다. 한나라당은 아직도 지방선거에 그렇게 자신이 있는 것인지….

염영남 정치부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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