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자금 사용처 부분을 제외한 대부분의 수사를 마무리한 검찰이 정몽구 회장 부자(父子)를 정조준해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다. 검찰이 13일 정 회장의 최측근 인사인 현대차의 이정대 재경본부장과 김승년 구매총괄본부장를 체포한 것은 정 회장 소환이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의미한다.
MK 측근 전격 체포 배경 김 본부장은 15년간 현대차 비서실장을 지낸 정 회장의 최측근 인사이며, 이 본부장은 그룹 안살림을 담당한 대표적인 재무통이다. 두 사람은 구속된 글로비스 이주은 사장이나 여러 차례 검찰에 소환된 채양기 그룹 기획총괄본부장보다 그룹 비자금의 비밀을 더 많이 알고 있는 인사로 알려졌다. 이 본부장은 비자금 조성, 김 본부장은 비자금 집행 부분으로 역할을 분담했던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 회장 심복을 체포하는 초강수를 둔 것은 다음주 소환될 것으로 보이는 정 회장이 빠져나갈 틈을 주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정 회장의 소환이 곧바로 사법처리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13일 정 회장의 중국 출장(17~19일)을 허용하면서도 “수사 일정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검찰은 두 사람의 신병을 확보함으로써 현대차측에 정 회장의 해외 도피 가능성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현대차의 말맞추기를 견제하는 부수적인 효과를 함께 노렸을 수 있다. 이들은 현대차 압수수색 이후 각종 대책회의를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두 사람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은 비자금 조성 사실이 드러난 현대오토넷 전ㆍ현직 임원에 대해서도 사법처리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그렇다면 현대차 본사와 계열사 고위 임원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현대차 본사 비자금은 ‘시한폭탄’두 본부장의 혐의가 현대차 본사의 비자금 조성과 관련됐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체포영장까지 집행한 것에 비춰보면 검찰이 이미 현대차 본사 비자금의 조성 경위를 대부분 확인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현대차 본사는 비자금 조성 사실이 드러난 글로비스나 현대오토넷보다 비자금 규모가 훨씬 클 것으로 예상돼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현대차는 협력업체가 3,400여 곳에 달해 비자금 조성이 손쉽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었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도 “현대차 본사는 글로비스보다 큰 회사다”라며 비자금 규모가 계열사보다 훨씬 클 것임을 시사했다.
검찰이 정 회장의 측근을 체포하는 등 전방위로 압박하는 것도 결국 비자금 사용처 수사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기업은 속성상 로비명단을 따로 작성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검찰이 현대차와 정관계의 검은 유착관계를 파헤치기 위해서는 그룹 오너의 진술이 절대적이다. 따라서 검찰이 정 회장으로부터 유력 인사들에게 비자금을 건넸다는 진술을 받아내기 위해 강도 높은 심리전을 구사하는 것일 수도 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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