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자동차 그룹은 정몽구 회장의 최측근인 이정대ㆍ김승년 부사장의 체포 소식이 13일 밤 전격 체포되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채 향후 수사의 칼날이 그룹심장부를 향해 점점 좁혀오고 있는 것 아니냐며 불안한 분위기였다.
특히 검찰이 14일 현대차의 비자금수사와 관련, 이례적으로 강한 톤의 비난을 퍼붓자 수사의 강도가 예상보다 더욱 강해지는 것 아니냐며 대책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대차는 검찰이 전날 정몽구 회장의 중국 출장(17일 예정)을 허락했을 때만 해도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그룹일각에서는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의 조속한 수사 마무리 요청이 받아들여지는 것 아니냐는 희망섞인 관측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 부사장의 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분위기는 돌변했다. 두 부사장의 경우 운신의 폭이 좁은 정 회장과 정의선 기아차 사장 등을 대신해 그룹의 각종 실무를 사실상 총괄해야 하는 핵심 경영진이라는 점에서 임직원들이 느끼는 충격의 강도는 더욱 컸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날 “어제만 해도 분위기가 괜찮은 편이었는데, 핵심 경영자들이 갑자기 체포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그렇지 않아도 환율하락에 따른 수출채산성 악화 등 국내외적으로 어려움이 많은데, 이 같은 상황을 처리해야 할 임원 두 분이 체포돼 버려 뒷수습도 여의치 않아질 것 같다”고 걱정했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현대차의 비자금조성 및 공적자금으로 부채를 탕감해준 옛 기아차 계열사들의 헐값 인수수법등과 관련, 강도높은 비판을 가한데 대해서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실제로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참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설마설마했는데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어떻게 백주에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며 현대차를 비난했다.
이에 앞서 2003년 SK그룹 분식회계사건을 담당했던 수사팀이 “SK글로벌은 SK그룹의 쓰레기 하치장”이라는 격한 발언을 하기도 했으나 당시는 수사결과 발표 자리에서 나온 것으로 이번 발언과는 비교가 어렵다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정상명 검찰총장이 “어떠한 성역이나 제한도 두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거들고 나선 부분도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사가 곧 마무리될 분위기였는데, 두 본부장이 체포되면서 우리도 수사 기간을 종잡을 수 없게 됐다”며 “이게 수사 마무리 신호라면 다행이지만 수사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의미가 강한 것 같아 정말 걱정스럽다”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수사가 장기화하고, 핵심경영진은 물론 정 회장 부자까지 사법처리될 경우 경영공백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룹에서 정 회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그룹의 총수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현대차가 세계자동차업계 5위업체로 부상하기위해 야심차게 추진중인 글로벌 톱5전략과 품질경영을 주도해왔다.
실제로 이번 수사로 기아차의 미국공장 착공식이 연기되는 등 그룹의 글로벌전략이 벌써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 그룹측은 정 회장 위상에 변화가 있을 경우 현대차 체코공장이나 현대제철의 당진제철소 공장 등 그룹의 중요프로젝트들이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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