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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푸, 한국을 물로 보나

입력
2006.04.1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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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철수를 선언하고 매각 작업에 나선 한국까르푸가 롯데마트 등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4개 업체를 모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비난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우선협상대상자를 4곳이나 선정한 것은 세계 어디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며 “이는 몸값 부풀리기에만 몰두, 한국 유통업체를 우습게 여기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까르푸는 14일 홍보 대행사를 통해 “롯데, 신세계(이마트), 이랜드, 홈플러스 등 4개 업체와 우선협상을 위한 계약조건협의를 시작했다”며 “롯데측이 먼저 13일 우선협상대상사 선정 사실을 공시한 것은 해당 업체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자료를 배포했다. 까르푸의 매각 주관사인 암로ABN는 이마트와 홈플러스, 이랜드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전달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14일 오전에야 정식 공문을 접수 받아 이날 공시했다”고 말했다.

까르푸가 이처럼 시차를 두고 우선협상대상자를 무더기로 선정한 것은 업체들이 제시한 매각 대금이 기대보다 훨씬 못 미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까르푸가 조금이라도 많은 금액을 받아내기 위해 꼼수를 쓰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까르푸는 당초 11일로 예정된 우선협상대상자 발표를 앞두고 인수희망 업체들과의 개별접촉을 통해, 상대방 업체가 제시한 인수가격을 알려주며 가격을 올려줄 것을 요구하는 등 ‘비상식적인 행동’을 해왔다.

까르푸측은 인수가격으로 2조원 이상을 기대했으나 실제 업체들이 제시한 가격은 1조5,000억원 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한국에서 돈을 빼내 중국에 투자하려던 까르푸의 계획이 심각한 차질이 생기자 이 같은 무리수를 두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까르푸 노조의 홈페이지에는 “돈 앞에서 자존심도 버렸다”, “세계적인 기업이 이미지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등 비난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까르푸가 자산가치를 1조500억원로 발표했지만, 부채 등에 대한 정보는 전혀 알려진 게 없다”며 “실사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부풀려진 사실이 발견된다면, 철저하게 따져 협상을 다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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