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주석 취임 후 첫 미국 국빈 방문길에 오르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첫 방문지인 시애틀에서 잠 못 이룰 정도로 일정이 빡빡하다.
시애틀이 있는 워싱턴주는 소프트웨어 생산 세계 1위인 마이크로소프트(MS), 제트 여객기 중국 수출 세계 1위인 보잉, 스타벅스 등 세계적 기업들이 터를 잡고 있는 곳. 지난해 대 중국 수출로 51억 달러를 벌어 캘리포니아주(79억 달러)에 이어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큰 지역이다.
후 주석은 첫날 빌 게이츠 MS 회장 초청으로 최첨단 디지털 전시관 ‘미래의 집’을 방문한 뒤 저녁에는 게이츠 회장 저택에서 크리스틴 그레고리 워싱턴 주지사가 베푸는 환영 만찬에 참석한다. 이날 만찬에는 게이츠 회장을 비롯해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 프레드 허친슨 암 센터의 리 하트웰 소장 등 1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튿날 후 주석은 보잉사 항공 박물관을 찾아 연설한다.
백악관이 후 주석에게 국빈 방문의 상징인 백악관 환영 만찬 대신 오찬을 제공하겠다며 다소 섭섭하게 대접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1979년 덩샤오핑(鄧小平) 이후 36년 만에 시애틀을 찾는 후 주석을 ‘모시기’ 위해 워싱턴 지역 기업 모임 ‘워싱턴_중국 관계 증진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상당한 공을 들였다.
기업들이 후 주석을 극진히 대하는 것은 실은 중국의 지적 재산권 위반 행위를 따지기 위한 분위기 조성용이다.
MS 관계자는 “중국의 소프트웨어 중 90%가 불법 복제”라며 “이것이 중국이 컴퓨터 시장 규모에서는 세계 2위 규모이면서도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는 25위에 머무는 이유”라고 말했다. 후 주석 입장에서도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정상 회담 전“법과 제도를 통해 불법 복제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다시한 번 못박음으로써 이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뜻을 전하겠다는 속셈이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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