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내린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결단이 ‘원조 부패당의 대표’라는 이미지로 돌아왔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한 측근은 14일 김덕룡, 박성범 의원에 대한 검찰 고발 이후 박 대표의 처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소속 의원 고발이라는 승부수가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박 대표가 두 의원의 비리를 고해성사키로 한 것은 여당이나 검찰에서 먼저 터져 나오기 전에 자복하는 게 낫다는 ‘차악책’의 측면이 강하긴 하다. 동시에 박 대표는‘반(反) 부패 정당’ ‘공천 비리를 일벌백계 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는 정당’이라는 효과도 기대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득보다 실이 많다. 우선 그 누구보다 정당개혁과 깨끗한 정치를 강조했던 박 대표가 하루아침에 매관매직당 대표의 이미지로 전락했다. 정당 사상 초유의 단호한 조처를 취했다는 용기가 평가 받기도 전에 ‘약삭빠른 도마뱀 꼬리 자르기’라는 비난에 묻혔다.
제2, 제3의 공천비리 의혹이 꼬리를 물고, 여당과 시민단체들이 파상 공세를 취하는 모습은 차떼기의 악몽이 되풀이 되는 듯 하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지도부가 설 익은 제보만 믿고 너무 성급하게 나선 것 아니냐”는 불만마저 나온다.
이런 상황은 박 대표의 리더십을 심각하게 흔들고 있다. 당내 소장파를 중심으로 “몇 개월 전부터 공천 비리에 대한 우려가 수없이 제기됐는데 왜 곪아 터지고 나서야 나섰느냐”(김명주 의원) 등의 비판이 나왔다. 당내 소장파는 한때 ‘지도부 총사퇴론’까지 들고 나올 태세였다. 하지만 새정치푸른모임 등 대다수 중도파 의원들이 “정치적 목적의 지도부 흔들기는 안 된다”고 강조, 지도부 책임론은 일단 가라앉는 상태다.
일각에선 7월 전당대회 때 박 대표 쪽에 설 것을 자처했던 김덕룡 의원의 낙마로 앞으로 박 대표가 고립무원의 처지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당직자는 “느슨한 연대를 맺고있는 이명박 서울시장과 국가발전전략연구회, 소장파가 서울시장, 경기지사와 당권을 싹쓸이할 경우 박 대표의 위상이 심각하게 흔들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에 대해 허태열 사무총장 등 지도부는 “비리를 적당히 처리하려다 들킨 것도 아닌데 왜 무조건 폄하하고 사과하라고 하는가”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박 대표측은 14일 “비리를 알고도 뭉개는 게 대표의 리더십인가”라고 반문하며 “지금의 혼란은 당장 득실을 따질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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