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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좌파 가면 쓴 포퓰리즘에 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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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좌파 가면 쓴 포퓰리즘에 물들다

입력
2006.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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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가 좌파로 물들고 있다고 떠들썩하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12일자)에서 남미 좌파바람을 ‘포퓰리즘의 복귀’로 정리했다. 좌파 가면을 쓴 남미의 고질적 ‘전통(포퓰리즘)’의 재탄생이란 것이다. 경제가 호조를 띠면서 남미 좌파는 자원 민족주의와 정치적 포퓰리즘이 혼합된 실용 좌파라는 긍정론도 없지 않다. 그러나 “포퓰리즘이 어떤 업적을 남겼든, 포퓰리스트들이 국가를 막다른 골목으로 이끈다”고 이 잡지는 비판했다.

외형상 베네수엘라 브라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칠레 페루(결선투표 중) 등에 좌파정권이 들어서 있다. 브라질 칠레 코스타리카 우루과이는 중도 또는 사회민주주의에 가깝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포퓰리즘에 취해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는 게 이 잡지의 분석이다.

1920~60년 유행한 남미 포퓰리즘은 산업화, 도시화 속에서 도시의 중산층, 노동자를 정치로 편입시키는 역할을 했다. 유럽에서 사민당의 역할을 노조가 취약한 남미에서 포퓰리스트들이 맡은 것이다. 이후 사회주의, 기독교민주주의, 독재로 대체되는 듯 했던 포퓰리즘이 재등장한 배경에는 남미 정치문화와 인종적 정체성이 작용하고 있다고 잡지는 분석했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볼리비아 에보 모랄레스 등은 원주민(메스티조) 출신이다.

그러나 보다 직접적인 이유는 극심한 사회 불평등이다. 전체인구의 40%가 가난한 남미에선 신세계를 약속하는 메시아적 지도자가 희구된다. 풍부한 지하자원은 또 다른 원인이다. 남미 사람들은 자원 덕택에 부유하다고 믿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포퓰리스트는 이런 현실이 부패, 특권층, 다국적 기업 때문이라며 정치적으로 선전 선동하고 있다. 나아가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해 외세에 반대하며, 자본주의를 공격한다. 대중을 동원해 문제를 해결하고 지도자와 당, 정부, 국가의 구별을 희미하게 만드는 이들은 전체주의(파시즘)에 가깝다는 평가도 있다. 4차례나 권좌에서 축출되면서도 다시 대통령에 오른 전력이 있는 에콰도르의 포퓰리스트 호세 마리아 벨레스코는 “나에게 발코니만 준다면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호언하기도 했다. 차베스도 ‘텔레비전 전도사’처럼 매주 일요일 4시간 TV에 출연해 ‘볼리비아 혁명’을 전파하고 있다.

경제에서 포퓰리즘은 인플레이션과 재정적자를 감수하며 경제성장과 소득재분배를 추구하는 게 특징이다. 다소 완화된 경제 포퓰리즘은 지금 아르헨티나에서 나타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유가상승 덕에 재정적자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이런 포퓰리즘은 반 엘리트주의를 내세우면서도 새 엘리트를 양산하고, 부패를 공격하면서 더 나쁜 해악을 끼친다. 소수 특권층을 공격하며 국민에 우호적인 듯하지만 정권이 물러날 때 실질임금은 정권 출범 때보다 낮아진다. 이코노미스트는 “남미에 대중정치를 가져온 포퓰리즘은 민주주의와는 양면적”이라고 결론지었다.

▲ 포퓰리즘 이란

대중을 정치전면에 내세워 권력을 유지하는 포퓰리즘(Populism: 대중영합주의)은 자본주의가 초래한 사회적 단층을 개선하는 시도로 출발했다. 남미의 포퓰리즘은 도시 중심의 운동으로 형태를 바꾸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독재로 산업화의 기반을 닦은 브라질의 제툴리오 바르가스(1930~45), 아르헨티나의 후안 페론(1950~54)과 '에비타'로 불리는 그의 두번째 부인 에바 두아르테, 1952년 볼리비아 민족혁명의 지도자 비트로 파즈 에스텐소로가 대표적이다. 브라질에는 페론 이름을 딴 정당이 지금도 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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