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이 서너 달 전부터 자신의 칠순 잔치를 준비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강모(69ㆍ여)씨는 “참 행복하다”고 혼잣말을 하면서도 가슴 한 구석의 답답함을 털어내지 못했다.
잔치에서 가족과 함께 기념사진 찍을 걸 생각하니 걱정이 떠나가지 않았던 것. 아들 딸 며느리 사위들과 비교하는 게 우습긴 해도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너무 늙어보여 서럽기도 하고 가슴 아프기도 했다.
고민하던 강씨는 결국 병원을 찾았다. “손자, 며느리에게 나이 들고 쭈글쭈글한 모습이 아니라 젊고 활기찬 모습을 보이고 싶다”며 수술을 부탁했다. 강씨는 축 늘어진 뺨을 위로 잡아올렸고, 이마에 패인 깊은 주름을 제거하는 시술을 받았다.
칠순이 지난 양모(70)씨는 딸에게서 눈 성형 수술을 칠순 선물로 받았다. 노화와 함께 눈이 처져서 눈물이 고이고 짓무르는 것도 문제였지만, 이 보다는 그 수술을 받고 인상이 확실하게 좋아진 친구를 보고 욕심이 났던 것이다.
박모(72ㆍ여)씨는 39살에 얻은 늦둥이 딸의 결혼을 앞두고 딸과 함께 3개월 전부터 피부과에 다니고 있다. 결혼식장에서 사돈에 비해 자신이 너무 늙어 보이면 딸의 마음이 상할까 봐서다.
늘어진 눈 밑 주름과 입 주변의 팔자 주름을 없애고, 쭈글쭈글해진 목에도 탄력을 넣는 시술을 했다. 내친 김에 손에 있는 검버섯도 빼기로 했다.
김모(74)씨의 경우는 올해 초 얼굴 성형을 했다. 다른 신체 부위에서 채취한 지방을 볼에 넣어 얼굴을 생기 있어 보이게 하는 수술과 처진 눈가를 잡아당겨 올려주는 수술을 받았다.
폐암을 앓고 있던 김씨는 수술 후 서너 달 뒤 세상을 떠났다. 당초 의사가 수술을 말렸지만 김씨는 “죽기 전에 고운 얼굴 해 보는 것이 소원”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최근 60~70대 노인층에서 성형이 급격히 늘고 있다. 사업 등 사회 활동을 하느라 외모를 가꿀 필요가 있는 노인들이 아니라 일반 노인들이 성형외과, 피부과를 찾아 시술을 받는 추세다. 특히 올해는 ‘쌍춘년’으로 결혼식이 많다 보니 자녀의 결혼식을 대비해 외모를 손보려는 노년층도 많다.
병원가에서는 이런 새로운 흐름을 놓고 ‘회춘성형’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환자들 대부분은 억지스런 ‘회춘’ 외모 보다는 급격한 노화로 인해 나빠진 인상 등을 곱게 바로잡은 ‘아름다운 노년 얼굴’을 선호한다고 한다.
성형 열풍에서는 남성도 예외가 아니다. 은행 임원 출신인 김모(63)씨는 처음에는 노화와 함께 눈 밑에 지방이 축적돼 인상이 변하자 이것을 바로잡으려고 피부과를 찾았다.
그러나 그때 확실한 효과를 본 뒤 이제는 한 달에 2~3번씩 병원을 찾아 얼굴 전체에 탄력을 생성하는 레이저 치료, 얼굴 피부 잡티 제거 등을 하고 있다.
이모(63)씨는 ‘새로운 로맨스’를 위해 자녀들 몰래 병원을 찾고 있다. 50대 후반에 부인과 사별한 뒤 최근 12살 연하 여성과 재혼을 예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푹 패여 나이 들어 보이는 뺨의 패임을 없애는 시술과, 늘어진 목과 뺨에 탄력을 주는 시술을 받고 있다.
C피부과의 최광호 원장은 “과거 소수였던 60~70대 환자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며 “이들 대부분은 심한 노화를 교정해 곱게 나이든 모습을 만들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N성형외과 고인창원장도 “평균 수명이 늘다 보니 환자들도 건강 뿐 아니라 외모까지 젊어보이게 하고 싶은 욕구가 커져 적극적으로 병원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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