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권에서 전략적인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리딩뱅크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대형 시중은행들은 외환은행 또는 LG카드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최근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게 되면 총자산 270조원 규모의 초대형은행이 탄생하게 된다.
이러한 M&A 추진 이외에 상당수 은행들이 금년 들어 대출확대 등 적극적인 자산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2005년 말 국내은행 총자산은 1,218조원으로 전년 말 대비 7.8% 증가하여 2004년도 증가율인 0.8%보다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2005년 중 16% 가까이 증가하였다.
기업대출은 2004년 말을 저점으로 2005년도에 5.7% 증가하는 등 상승세로 전환하였으며, 특히 중소기업대출은 2006년 1ㆍ4분기 중에만 9조6,000억원이 증가하였는데 이는 전년도 연간 증가액의 80%에 육박하는 규모다.
그런데, 대출처를 살펴보면 대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자금이 풍부해 대출수요가 적고, 주택담보대출은 3ㆍ30 부동산 대책 시행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 40% 이내에서 대출금액이 제한 받게 되는 등 대출수요 증가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이다.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신용도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자금수요가 풍부하기 때문에 은행들이 올해에는 특히 중소기업 대출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단기간에 급격히 대출을 늘릴 경우 장기적으로는 부실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즉, 대출 경쟁으로 인해 과도하게 대출금리를 인하하거나 신용기준을 완화할 경우 순이자마진이 감소하고, 신용리스크가 증가할 수 있다.
더욱이,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여 일시에 대출확대를 추진하다 보면 다른 은행들에 의해 거절되었거나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떨어지는 차주들에게 여신을 제공하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이는 여신의 부실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2000년대 초반 카드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의 급증 이후 은행 및 카드사가 부실화되어 자산건전성 및 수익성이 악화한 바 있으며, 2002년 중 개인사업자(SOHO) 대출의 급격한 확대는 일정기간 이후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도 은행권이 특정 부문의 대출에 집중하는 쏠림 현상이 심화할 경우 개별은행의 건전성뿐만 아니라 나아가서는 전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과거 은행들의 영업 행태를 보면 카드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등 특정 부문에 대한 대출을 경쟁적으로 확대하는 쏠림 현상이 나타났는데, 이후 경기상황 또는 이자율이 차주의 상환능력을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변동될 경우 개별은행의 부실화가 아닌 은행권 전체의 부실화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은행권에서 수익원 확보를 위해 건전한 자산성장 전략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이를 위해서는 우량 중소기업 등을 발굴하고 신용분석 수준을 제고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아울러, 단기간에 특정부문에서의 급격한 대출 증가는 리스크가 확대되는 문제가 있으므로 점진적으로 자산 성장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심균흠 예금보험공사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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