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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네코토피아' 고양이 킬러, 지도자 살해를 명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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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네코토피아' 고양이 킬러, 지도자 살해를 명받다

입력
2006.04.1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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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를 요하는 책이다. 임산부나 노약자는 물론이고 비위가 약하다거나 특히 고양이 애호가들은 절대로 책을 펴지 말 것을 당부한다. “범죄는 피아노 같은 거다. 예술적 경지에 이르려면 일찍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열 살이 채 안된 ‘아스카’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창의적으로’ 고양이를 죽이는 데 몰두한다.

고층에서 떨어뜨리고, 하이힐로 밟아 죽이고, 독살하고, 오븐에 굽는 등 갖가지 학살 기법이 동원된다.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일본작가로, 불어로 글을 쓰는 아스카 후지모리는 이 소설에서 자신의 튀는 재기와 깔끔ㆍ냉정한 시선의 미적 감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소설은 아스카의 일기 외에, 3인칭 시점의 ‘성지’ 이야기, 아스카와 지도자를 상담한 정신분석가의 메모가 번갈아가며 이어진다.

‘성지’는 신처럼 추앙 받는 지도자의 통치철학인 수직성과 연속성 말고는 모든 게 뒤죽박죽인 곳. 어느 날 지도자가 백혈병에 걸리며 ‘성지’의 혼란은 가중된다.

맹목적으로 법률만을 따르는 변호사, 모든 것을 성적 유혹으로 변환시키는 창녀, 의전(儀典)에 미친 펭귄 등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는 ‘암살자에게 지도자의 모든 것을 상속한다’는 황당무계한 유언을 두고 자신들의 권력을 빼앗기지 않을 방법을 고심한다. 그러다가 아스카의 주치의이자 지도자의 친구인 정신분석가의 재치로 피도 눈물도 없는 고양이 킬러 아스카에게 지도자 암살을 맡기기로 한다.

학교 선생님과 언론에서는 연일 지도자가 고양이를 닮았다는 소리를 쉬지 않고 되풀이 하고 ‘아스카는 지도자를 암살해야 하는가’란 질문에 주민 97%가 그렇다고 답변한다. 하지만 아스카는 이를 거부한다.

“에이 싫어. 지도자는 고양이가 아냐. 땡.”‘규칙적으로 고양이를 죽임으로써 매우 반복적인 아이임을 증명했고, 상상력으로 말하자면 두말할 것 없이 수직적이기 때문에 지도자가 될 요건’을 갖춘 아스카지만 과자와 사탕따위만 입에 넣고는 말이 없다.“와그작, 쩝쩝, 꿀꺽.”

고양이 천국을 뜻하는 ‘네코토피아’라는, 내용과 상반된 제목처럼, 소설은 부조리로 넘친다. ‘현실을 어떤 범주에 넣고 싶은 병적인 절박함’에 갇힌 자들의 우스꽝스러움이 곳곳에 묻어있는 이 블랙코미디는 절대 악이 어느 순간 선이 되는 뒤틀린 세계를 통쾌하게 비웃고 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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