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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경쟁하는 인생이 향기도 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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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경쟁하는 인생이 향기도 진하다

입력
2006.04.1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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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겨우내 숨을 죽이고 있던 식물들이 잎과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자연의 아름다움에 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지난 겨울 추위가 꽤나 심해서였는지 올 봄의 꽃은 더 화려해 보인다.

혹독한 생존의 싸움에서 살아남은 식물들의 기쁨에 찬 저 탄성은 그래서 위대하다. 그런데 그 위대함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더 화려하고 도도하게 곤충을 불러들이려는 경쟁이 있다. 경쟁이 없다면 색채의 향연과 향기의 축제를 벌일 이유가 없다.

나약한 삶의 자세 멀리해야

물론 경쟁에는 이기고 지는 자가 나온다. 자연의 역사가 생존 경쟁에서 이긴 자의 몫이라는 사실은 우리 눈앞의 풍경이 잘 증명해준다. 어제의 승자가 오늘의 패자가 되어 쓸쓸히 사라지는 일은 말 그대로 자연스럽다.

이 점은 자연의 생태계에서만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논어’에서 천지불인(天地不仁), 즉 천지가 어질지 않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그러니 경쟁은 피할 수 없으며, 오히려 어떤 점에서는 경쟁 덕분에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해 나는 예술대학 학생들에게 삶의 목표와 그것을 이루어나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경쟁상대가 누구일지에 대해 써내도록 한 적이 있다. 뛰어난 예술가가 되는 일이 꿈이며, 백남준이나 장한나처럼 그 분야의 쟁쟁한 이름들이 경쟁상대로 적혀있기를 나는 바랬다. 그런데 답은 의외였다.

학생들은 분명한 삶의 목표를 갖고 있지 않았으며, 경쟁상대는 대부분 자기 자신이라고 밝혔다. 이 점은 다른 대학의 몇몇 선생님들께 문의해본 결과 거의 비슷했다. 물론 막연히 행복하게 살겠다는 그들의 꿈도 소중하며, 자신을 이겨야만 한다는 것도 중요한 통찰일 수 있다. 그러나 저 험한 생존의 싸움터에 나설 젊은이들로서는 지나치게 소박한 삶의 태도다.

20세기 후반기의 역사 내내 가장 커다란 성취욕을 보였던 우리가 지금의 젊은 세대에 이르러 이렇게 변해버린 이유는 무엇인가? 교육 평준화 정책처럼 경쟁을 금기시하며 지나치게 편한 삶만을 가르쳐온 탓은 아닐까.

교원 평가제나 공무원 검증제를 거부하는 기성세대의 나태와 보신(保身)주의가 번진 것은 아닐까. 국경이 사라지면서 오히려 더 격심해진 무한경쟁의 시대에 소박하다 못해 그런 나약한 삶의 자세로 승자의 꽃다발을 받는 어려울 것이다.

공정하고 아름다운 경쟁률

물론 경쟁은 지나치면 화를 부른다. 나무는 솎아주지 않으면 자기들끼리 경쟁하느라 웃자란다. 적당히 간벌(間伐)을 해준 나무가 더 굵고 건강하며 뿌리에 물을 더 잘 담아둔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하지만 그 나무도 주변의 다른 나무가 없으면 잘 자라지 못한다. 경쟁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니 문제는 공정한, 그래서 더 건강하고 아름다운 경쟁의 조건을 만드는 데 있지, 경쟁을 피하는 데 있지 않다.

그런 아름다운 경쟁 속에서 우리의 젊은이들이 저 들판의 식물들처럼 화려하게 꽃을 피우기를 나는 바란다.

박철화/ 문학평론가ㆍ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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