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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의 책이랑 놀자] 엄마는 독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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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의 책이랑 놀자] 엄마는 독서중

입력
2006.04.1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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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날마다 하는 소리이면서 엄마에게는 없는 문화, 그 대표적인 예가 “책 읽어라”이지 싶다.

한 엄마의 말이다. “책 좀 읽으라고 했더니, ‘엄마는 책 안 보잖아’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어른은 그냥 되는 줄 알아. 엄마는 벌써 다했어. 초등학생이든 중학생이든 학생 때는 다 책보고 공부하는 거야’그랬지요. 억울하면 어른 되라고….”

그래서 피식 웃었지만, 사실 웃을 일이 아니다.

대학만 들어가면, 직장만 구하면, 더 이상 공부도 책도 끝이라는 ‘슬픈 우리 교육’을 말 한마디로 보여준 것이다. 엄마의 그 말로 아이는 책 읽기를 성장기 한때의 과제물로 생각하게 된 것은 아닐까?

우리는 어려서부터 독서를 숙제하듯이 했다. 줄거리를 옮기고 의미를 만들어 쓰고, 내 느낌까지 억지로 만들어내고서 마침표를 찍는 독후감 노트. 그리고는 ‘숙제 끝!’이었다. 그렇게 습관이 들다 보니 지금도 독서는 늘 무거운 것, ‘의미’가 있어야 하는 것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더 이상 독서는 ‘먼 것’이 아니어야 한다. 이젠 광고 전단지를 보더라도 ‘책 읽는다’고 하자. ‘그게 무슨 책이야?’ 하는 건 엄마의 공연한 자격지심이다. 아이들에게는 잡지도 홈쇼핑 전단지도 모두 책이다. 자기들이 보는 그림 많은 책이다.

내게도 그런 경험이 있다.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았던 일요일, 커피 한 잔 타 들고 몸 늘어뜨리고 앉아 슬렁슬렁 홈쇼핑 광고책을 넘겨보고 있었다. 그런데 “엄마 나도 이런 책 있어”하며 딸이 쪼르르 방으로 달려가 들고 나온 책이 ‘엄마 난 이 옷이 좋아요’이다. 옷과 모델이 잔뜩 나오는 광고지였다. 잠깐 무안했지만 “그래, 엄마는 엄마 책, 너는 네 책 보자”고 말했다.

난 공연히 빈 노트 하나를 펼쳐놓고 광고지를 뒤적여 뭐라 적고 오려 붙이고 했다. ‘책’에서는 꼭 무언가 얻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다. 그리고 딸아이 앞에서 체면치레 하겠다는 뜻도 있었다. 어설픈 행동이었지만 그 덕에 잡지와 광고지에서 얻는 정보만을 적어두는 노트를 하나 얻게 됐다.

그 뒤 나는 광고지도 당당하게 봤고, 광고지는 충분히 책의 역할을 해주었다. ‘광고지나 본다’는 비하감을 이겨낸다면, 읽는 행위를 스스로 강조할 자신감을 얻는다면, 어느 순간 책은 그렇게 가까워질 것이고 엄마 손에 들린 책도 다양해 질 것이다.

무엇보다 책은 어른이 되어서도 보는 것임을 아이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 책읽기는 머리 싸매고, 똑바로 앉은 자세에서 치러내는 숙제가 아니라 가볍게, 생활 중에, 때로는 깊이 들여다보는 또 하나의 생활로 기억할 것이다. 엄마를 통해.

어린이도서관 ‘책 읽는 엄마 책 읽는 아이’관장 김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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