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차 그룹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13일 경제계 등 일각의 ‘경제 악영향론’이 고개를 드는 데 대해 반박 겸 해명을 했다.
검찰 역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 때문에 비자금 조성 및 편법 경영권 승계 의혹은 최대한 신속히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기업활동에 큰 영향이 없는 비자금 사용처 부분은 철저히 계속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채동욱 수사기획관은 13일 “비자금 조성, 불법적인 부(富)의 축적ㆍ이전(移轉)에 관한 수사는 이번 주 안에 매듭 지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자금 조성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회계자료를 전부 압수해 분석해야 하고, 부의 불법 이전은 경영권과 직결될 수 있어 자칫 기업 경영이 ‘올 스톱(all stop)’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채 기획관은 “3주만에 마무리하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는 자평도 곁들였다.
검찰은 그러나 비자금 사용처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비자금 사용처 수사는 정ㆍ관계 로비 수사인 만큼 기업경영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돈 준 목적과 돈 받은 사람을 ‘물밑에서’ 조용히 수사하겠다고 방향까지 제시했다.
최근 재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경제 악영향론’에 대해 검찰 나름의 입장을 정리한 셈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는 전날 “현대차 그룹 수사가 장기화되면 경제에 악영향이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검찰이 재계의 ‘수사 발목잡기’를 피하면서 동시에 부실 수사 우려를 불식시키는‘두 마리 토끼 잡이’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의 중국 방문을 허가한 것이나 “중간 수사 결과 발표는 없다”고 못박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비자금 사용처 수사가 그 만큼 난항을 겪고 있다는 뜻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기업 비자금 수사에서 조성 경위와 사용처를 나누는 것이 이례적이라는 설명이 이를 뒷받침한다. 지방검찰청 한 간부는 “비자금 수사는 효율성 차원에서도 조성 경위와 사용처를 함께 조사하는 게 상책”이라고 말했다. 또 ‘1단계 수사’를 마친 후에는 세간의 관심이 멀어져 검찰의 수사 의지가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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