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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건강 - 강박증 - 꼼꼼하고 깨끗한 것도 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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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건강 - 강박증 - 꼼꼼하고 깨끗한 것도 탈

입력
2006.04.14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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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에 콜라 캔이 홀수로 있으면 하나를 꺼내 다른 곳에 옮겨 놓아야만 안심이 된다.”

얼마 전 영국의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은 이런 자신의 강박증을 토로해 눈길을 끌었었다. 그는 “음료수와 옷, 잡지 등 모든 물건이 짝수를 이루거나 일렬로 세워져 있지 않으면 불안해서 참을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물론 베컴의 정리벽이, 게다가 짝수로까지 맞춰져 있어야 한다고 하니 좀 유난해 보이기는 한다. 그런데 이것을 과연 병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베컴이 이 문제 때문에 아내 빅토리아와 이혼법정에 갈뻔 했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면 일상 생활에 심각한 불편을 초래하는 강박증은 쉽사리 넘길 질환이 아니다.

◆ 사소한 강박증상은 누구나 있다

속옷, 양말 하나하나가 제대로 개어져 정리돼 있어야 하는 사람, 욕실을 쓴 이후에는 머리카락 하나도 바닥에 떨어져 있으면 안 되는 사람, 수건은 반드시 똑바로 걸려 있어야 하고 내가 쓰는 물건은 항상 있던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사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는 이런 사람들도 일종의 강박증적 증세가 있는 사람이다.

사실 이런 수준의 강박증세는 어느 정도 생활에 도움도 되고 심지어는 주변에서 꼼꼼하고 청결한 사람이라는 칭찬도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본인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 행동을 제어할 수 없을 때 이는 병이라 할 수 있다. 또 심한 강박증을 겪는 사람들 상당수는 직장 뿐 아니라 가족과의 생활에서도 주변 사람들과 갈등이 생기는 등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 강박증, 존재하지 않는 불안을 증폭시키는 병

일종의 불안장애인 강박증은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으로 나눌 수 있다. 즉 자신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어떤 생각이 자꾸 머리 속에 떠오르게 되는 강박사고로 인해 불안감이 커지면 이 불안을 없애기 위해 특정한 행동을 반복하는 강박행동이 나타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문고리를 잡은 후 ‘병균이 내 손에 묻었고, 나는 끔찍한 질환에 감염될 거야’라는 강박사고가 계속되면 환자는 손을 끊임없이 씻는 강박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물건이 ‘1,2,3…’, 또는 ‘ㄱ,ㄴ,ㄷ…’ 순으로 정리돼 있어야 하는 사람은 ‘모든 것은 순서대로 있어야 한다’는 강박사고로 인해, 끊임없이 물건 위치를 확인하고 정리하는 강박행동을 보이게 된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각각 하나씩만 나타날 수도 있다. 이를테면 출산우울증을 겪은 산모 중 일부는 아이를 키우며 ‘내 아이를 내가 물 속에 빠뜨리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을 강박사고로 하는 경우가 있다.

또 한 사람에 하나씩의 강박사고와 행동이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에 따라 동시에 여러 형태의 강박행동을 보이거나, 시기에 따라 다른 강박행동, 사고를 보이기도 한다.

한편 강박증이 병이라는 것은 환자 스스로도 이런 생각이 ‘쓸데 없는 걱정, 행동’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다는 데 있다. 물건이 반드시 짝수로 있거나 정리정돈돼 있어야 할 합리적 이유도, 문고리를 맨손으로 잡았다고 치명적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지만, 자신의 행동은 제어가 안되고 불안감만 커가는 것이다.

◆ 원인은, 뇌의 신경 전달 물질의 불균형

강박증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안와전두엽’(눈 바로 위쪽에 있는 뇌)에서 ‘기저핵’(뇌의 깊은 부분)으로 이어지는 뇌 신경회로의 이상에 있다. 즉, 선천적 원인에 의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강박증은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입학 전ㆍ후에 서서히 발병하게 된다. 증세가 뚜렷하기 않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오히려 꼼꼼하고 정리정돈 잘 하는 학생으로 인정되는 수도 많다. 이후 강박증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에 최고조에 달하게 되며 이때부터 증세는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게 된다.

또한 강박증은 스트레스에 취약한 병이기도 하다. 별 문제가 없다가도 가족 일원의 사망, 이혼, 퇴직, 출산 등 스트레스적 상황이 발생하면 갑자기 강박증이 생기는 것이다. 물론 의학계에서도 이 경우 강박증이 후천적으로 생긴 것이 아니라 이전에 증세가 미약했던 것 뿐이라고 설명한다.

◆ 치료방법에는 행동치료와 약물치료

강박증에 대해서는 보통 행동치료와 약물치료가 동시에 이뤄지게 된다.

행동치료는 강박증 환자들에게 강박행동이 불안을 감소하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강박사고를 보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재조명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를 들면 더러운 것을 못 참는 사람에게 아예 더러운 곳에서 못 빠져 나오게 잠시 동안 가둬두는 것이다. 물론 경우가 따라 오히려 상태가 악화될 수도 있다. 또 손을 너무 자주 씻는 강박행동일 경우 손이 더러워져도 건강상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고, 그리고 ‘병에 걸리면 약을 먹으면 되지’라는 식으로 생각을 할 수 있게 유도하게 된다.

약물치료를 할 때는 대뇌의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재흡수되는 것을 막는 약제가 이용된다. 그러나 이 약물의 효과로 증상의 상당한 호전을 볼 수 있으나 약물을 중단하는 경우 재발의 위험이 아주 높아 장기적인 약물의 투여가 필요하다.

또 매우 심한 경우에는 신경절단술이나 전기자극수술 등 수술적 치료가 이용되고 있으나 어디까지나 다른 대안이 없는 경우에 최후에 해 볼 수 있는 치료이다.

도움말 = 을지대학병원 정신과 정범석 교수

● 강박증 자가진단 테스트

1, 평소 화를 잘 낸다.

2. 하루에 손을 10번 이상 씻는다.

3. 물건은 항상 제자리에 놓여 있어야 안심이 된다.

4. 불길한 색깔이나 숫자를 피한다.

5. 하루 종일 졸리고 잠이 온다.

6. 배가 자주 아프다.

7. 괜히 가슴이 답답하다.

8. 갑자기 두렵다는 생각이 든다.

9. 한참 후의 일을 미리 걱정한다.

10. 자신의 몸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사람 만나기가 꺼려진다.

11. 질병이나 신체적 질환에 대해 의심이 많다.

12. 주위 사람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고 반복해 확인한다.

13. 같은 일을 여러 번 반복한다.

14. 등교나 출근시 무언가 빠뜨리고 집을 나선 것 같아 불안하다.

15. 경적이나 종소리에 깜짝 놀란다.

- 0~3개 : 지극히 정상적이다.

- 4~7개 : 걱정할 단계는 아니며, 약간 예민해져 있는 상태다.

- 8개 이상 : 강박증 증상이 의심되며, 병원 찾아 상담을 받는 게 좋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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