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자동차그룹이 계열사인 위아(변속기 생산전문업체)와 아주금속공업(차량용 주물제조업체)의 채무를 탕감받은 과정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산업은행 등이 보유한 채권을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를 통해 저가에 인수하는 방식이었다.
현대차로부터 청탁대가로 4억3,000만원을 받은 안건회계법인 전 대표 김동훈(57)씨가 이 과정을 주선하면서 금융감독당국과 캠코, 산업은행 등에 광범위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주금속공업의 경우 김씨가 청탁을 받은 2001년 7월 당시 캠코가 산은과 제일은행 등으로부터 인수한 300억원 상당의 환매조건부 채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캠코는 CRC인 ㈜에스디홀딩스가 아주금속공업 인수를 희망하자 채권을 원래 은행에 환매했고 이중 125억원의 채권을 돌려 받은 산은은 에스디홀딩스측에 88억원을 받고 이 채권을 다시 팔았다.
다시 말해 산은측이 37억원의 채무를 탕감해준 셈이다. 또 아주금속공업의 매각은 공개 입찰도 없이 진행돼 에스디홀딩스가 주도적으로 은행측과 접촉해 채무탕감을 받고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에게 2002년 2월부터 6월까지 채무 탕감 청탁을 한 위아의 경우도 캠코가 산은으로부터 인수한 1,400여억원의 환매조건부 채권을 보유중이었다.
당시 캠코는 자산유동화전문회사(SPC)를 만들어 위아의 담보채권에 대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 채권 대금을 모두 회수했다. 캠코는 그러나 2002년 초 위아가 850여억원의 빚을 갚았지만 550여억원은 연체중이라는 이유로 ABS를 거둬들여, 산은측에 채권을 넘겼다.
이어 산은은 남은 채권 550억원과 이자 450여억원을 합쳐 1,000여억원을 CRC인 ㈜신클레어에게 790여억원에 팔았고 이를 다시 위아가 850여억원에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위아는 1,000여억원의 채무를 850억원으로 털어버린 것이다.
검찰은 산은이 ㈜신클레어에게 미리 낙찰가를 알려줘 낮은 가격에 인수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현대차그룹이 계열사의 부실채권을 ㈜에스디홀딩스와 ㈜신클레어라는 CRC를 통해 저가에 재매입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채무를 털어낸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담보부 채권은 상환이 확실하고 채무조정이 필요 없는데도 탕감이 이뤄져 극심한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은은 “위아와 아주금속의 부실채권 처리는 정상적 절차를 거쳐 이뤄졌다”며 “채권 매각가도 당시 상황에서 낮은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고, 캠코측도 “부실 채권 처리과정에서 전혀 손실을 보지 않았으며 로비를 받을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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