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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커버스토리 - 이 가족이 사는 법 - 제인 쿰스 주한 뉴질랜드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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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커버스토리 - 이 가족이 사는 법 - 제인 쿰스 주한 뉴질랜드 대사

입력
2006.04.14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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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빡한 스케줄에 피곤하다고 어리광부리는 아내에게 “기운내”라며, “내가 있지 않냐”고 속삭여주는 자상한 남편. 그는 다름아닌 제인 쿰스(42) 주한 뉴질랜드 대사 남편이자 재즈가수 팀 스트롱(52)씨다. 쿰스 대사를 기다리는 동안 옆에서 우연히 듣게 된 이 부부의 전화 통화에서 부부애가 진하게 느껴졌다. 스트롱씨는 아내가 회의를 마치고 지금 오는 중이라며 연신 미안하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에 위치한 뉴질랜드 대사관저. 벨을 누르자 인터폰으로 스트롱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찍 오셨네요. 우리집에 큰 개가 있어 낯선 사람을 보면 짖을 테니 아이를 먼저 내려보낼게요. 같이 집으로 들어오세요.” 잠시 후 쿰스 대사와 스트롱씨를 쏙 빼닮은 코너 스트롱(10)군이 나왔다. 마당을 지나 관저로 올라가자 청바지에 푸른색 남방을 멋스럽게 걸친 스트롱씨가 우리를 반갑게 맞았다. 간편한 복장때문인지 공식석상에서 몇 번 봤을 때보다 훨씬 젊고 생기 있어 보였다.

“어휴, 아직 면도도 못 했는데…. 하루 안 했는데도 덥수룩하지요? 너무 반갑습니다. 아내가 아직 안 왔는데 일단 들어와서 얘기 나누고 있을까요?” 이렇게 관저에서 스트롱씨와 먼저 이들 부부 이야기를 시작했고 곧 쿰스 대사가 합류했다.

제인 쿰스 주한 뉴질랜드 대사는 뉴질랜드 출신으로 1987년 뉴질랜드 외무부 남태평양국에서 외교관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미국과 러시아, 호주 등에서 영사로 재직했고 주한 대사 발령을 받기 전에는 환경국 부국장으로 근무했다.

그는 수전 카스트렌세(64) 필리핀 대사와 나오미 엘렌 마진다(49) 보츠와나 대사와 함께 한국에 부임한 3명의 여성 대사중 한 명이다. 그래서 오기 전부터 주목 받았고 미국출신 재즈가수 남편팀 스트롱씨 덕에 더욱 화제가 됐었다.

‘가수ㆍ영화배우ㆍ음악제작’ 이라고 적힌 명함에서도 드러나듯 스트롱씨는 만능 엔터테이너다. 미국 펜실베니아주에서 태어난 그는 17세 때부터 미국 뉴욕에서 재즈가수로 활동하다 93년 데뷔 음반 ‘팀 스트롱’을 발표하고 영화배우, 음악제작 일도 해왔다.

“하하. 전혀 안 어울릴 것 같은 우리가 대체 어떻게 만났냐고요? 클럽에서 운명처럼 우연히 만났다는 얘기도 있던데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이 친구가 알려진 대로 재즈 마니아도 아니고요. 와전됐어요. 우린 뉴욕에서 친구의 소개로 만났습니다.” 스트롱씨는 거침없고 솔직했다. 그는 89년 음악을 함께 하는 친구가 좋은 여자를 소개시켜준다기에 당시 미국 뉴욕 UN본부에 근무 중이던 ‘그녀’를 만나보기로 했다.

“너무나 남성스러움이 진하게 풍기는 남자였어요. 인상이 굉장히 강렬했지요. 정말 ‘남자’ 라는 그런 느낌 아세요? 아주 멋있었습니다. 그땐 재즈가수인지도 몰랐죠.” 쿰스 대사는 스트롱씨의 남성스러움에 푹 빠졌고 스트롱씨는 쿰스씨의 아름다운 외모에 반했다고 했다. 스트롱씨는 대화를 나눌수록 괜찮은 여자라는 확신이 들었다. 첫 만남부터 강한 호감을 느낀 둘은 서로 떨어져 지내면서도 꾸준히 만남을 이어갔다.

“집안에 어머니와 누나를 비롯해 맹렬 여성들이 많아 활동적인 아내에 대한 불만 같은 것은 없었어요. 오히려 그게 자연스러웠지요. 지내면서 알게 된 그녀의 가장 큰 매력은 겸손함과 순수함이었어요.”

쿰스 대사는 남편의 세련된 매너와 일에 대한 열정, 활달한 성격, 사람들을 끄는 힘에 매료됐다. 그러다가 97년 결혼으로 8년이라는 길었던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

“언뜻 보면 서로 굉장히 다른 분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둘다 우리의 것을 알리고 다른 문화를 배우고 뭐 그런 일들이니까요. 둘이 만나면서도 외교와 문화를 접목시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실제로 그들은 각자의 일을 하는데 서로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특히 성격이 조용한 편인 쿰스 대사는 인간관계와 수완이 좋은 남편에게 새로운 사람을 대하는 법이나 사람 관계를 넓히는 법, 사람을 끄는 방법들을 배운다. 외교활동을 할 때 플러스 요인이 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외교라는 것이 서로 알리고 공유하고 그런 것들이잖아요. ‘관계’를 맺을 때 이런 것들에 능숙하다면 일이 훨씬 수월하죠.”

스트롱씨는 부인의 근무지에 따라 오스트레일리아와 러시아, 미국, 뉴질랜드 등으로 무대를 옮기며 활동을 해왔다. 다양한 곳에서 활동할 기회가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쿰스 대사의 근무지에 맞춰 이동하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이 만만한 일은 아니다. 쿰스 대사는 이를 알기 때문에 남편과 초등학생인 아들에게 늘 미안하고 감사 할 따름이다. 이 부자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능하고 사고가 긍정적이다.

“세계 곳곳에서 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을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한국에 오기로 됐을 때는 한국 음식을 자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신이 났었죠. 김치, 닭도리탕, 만두를 아주 좋아하거든요.” 이들이 느낀 한국은 따뜻했다. 어딜 가나 한인들의 정은 눈빛에서 마음으로 전달됐다.

스트롱씨는 지난 1월 북한 어린이 돕기 등의 몇몇 행사에서 공연을 했고 지난 1일에는 서울 강남 청담동 재즈 클럽 원스 인 어 블루문에서 열린 ‘뉴질랜드 와인ㆍ재즈의 밤’에서 재즈콘서트를 가졌다. 뉴질랜드 대사관 등이 주관한 와인홍보 행사에 아내를 위해 기꺼이 참여했던 것이다. 재즈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식 재즈공연도 앞으로 열 생각이다.

5, 6월쯤에는 가족끼리 제주도와 부산을 여행할 계획이다. 바쁜 스케줄 때문에 이들은 아직 여행 한번을 제대로 못한 게 아쉬운 터였다. 그래도 주말에는 틈틈이 가족들과 영화도 보고 마당에서 공놀이도 하고 볼링이나 골프도 친다.

“좋은 부부관계 유지법이요? ‘사랑’만이 아니라 무엇이든 시간이 지나면 변한다는 것을 먼저 인정해야 해요. 부부끼리는 상황에 관계없이 무조건적으로 지원하고 존경해주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스트롱씨가 가지고 있는 부부 철학이다.

인터뷰 막바지 즈음 쿰스 대사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이제 한국과 뉴질랜드의 관계에 대한 얘기 좀 해도 될까요? 그래도 대사 자격으로 한국에 보내졌는데 아무리 부부 얘기가 핵심이라지만 외교 얘기도 좀 하고 싶어요. 괜찮다면 말이죠.” 맞다. 부부얘기에 흠뻑 빠져 그가 뉴질랜드 대사라는 것도 잠시 잊고 있었다. 쿰스 대사는 부부얘기 중에도 계속 이 기회를 노렸던 것 같다.

“한국은 뉴질랜드의 7대 교역국이자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국가에요. 뉴질랜드는 전통적으로 한국 우방국이잖아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와인 말고도 뉴질랜드는 소프트웨어 디자인 등 여러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어요. 한국 정보통신(IT)기술과 결합하면 아마 엄청난 효과가 나올 겁니다.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과의 관계를 증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외교 얘기가 시작되자 조금은 수줍어하던 쿰스 대사의 모습은 어디로 가고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한국에 많이 알려진 뉴질랜드산 와인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불과 5년 전까지만해도 한국시장에는 단 한 곳의 와이너리에서 만든 와인만 소개됐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13개 와이너리의 제품들이 한국시장에서 팔리고 있죠. 이 말은 이제 한국인들이 뉴질랜드 와인의 깊이를 알게 된 것입니다.” 얼마전 한국의 한 업체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실시한 세계 와인 맛 설문 조사결과 뉴질랜드산 화이트 와인이 1위로 선정됐다는 소식도 전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외교관인 모양이다.

“뉴질랜드 홍보가 너무 길었나요? 하하. 아무튼, 3년간 저는 외교사절로, 남편은 민간외교사절로, 각자의 활동 열심히 하겠습니다.”

조윤정기자 yjcho@hk.co.kr

■ 남편은 열창중/ 팀 스트롱씨의 재즈 콘서트

한 손에는 와인 잔을 들고 흐드러지게 재즈에 맞춰 몸을 흔드는 사람들. 최근 팀 스트롱씨가 보컬로 나선 서울 강남 청담동의 재즈클럽 원스 인 어 블루 문 ‘뉴질랜드 와인ㆍ재즈의 밤’의 현장이다. 공연장은 후끈 달아 올라 있었다.

어두컴컴한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스트롱씨는 특유의 카리스마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가사에 한껏 취한 듯한 표정과 멋지게 선율을 타는 춤 솜씨는 예사롭지 않았다. 그에게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그는 ‘Foggy Day’, ‘Autumn Leaves’, ‘Round Midnight’ 등을 비롯해 10곡이 넘는 재즈를 1시간동안 열창했다. 그야말로 ‘끼범벅’이었다. 감미로운 노래를 부를 때는 어김없이 아내를 지그시 바라봐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작은 공간에 빽빽이 늘어선 200명의 관객들은 노래가 끝날 때마다 환호했고 곳곳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이 자리에는 주한 브라질, 이스라엘, 덴마크 대사 등도 참석했다. 재즈를 통한 외교의 현장이자 우정의 자리이다.

“팀의 목소리는 감미로워서 좋아요. 물론 노래에 따라서는 강렬하기도 하지만요. 노래에 맞는 표정이나 몸짓에서 강한 호소력이 묻어나고 가사 전달력이 아주 뛰어난 것 같습니다.” 아내 쿰스 대사가 음악인 스트롱씨를 좋아하는 이유다.

스트롱씨는 1993년 정통 재즈 앨범을 내면서 결혼 전에는 주로 뉴욕에서 활동했다. 당시BBC 월드 라디오로부터 ‘흠뻑 취하게 만드는 목소리’, 뉴욕 타임즈로부터 ‘열정이 넘치는 재주꾼’이라는 평을 받았다.

1990년대 아내가 러시아의 모스크바에서 부대사로 근무했을 때는 러시아 현지 미디어로부터 ‘러시아에서 활동중인 재즈 가수 가운데 최고’라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98년에는 현대적인 감각의 리듬 앤 블루스와 펑키, 재즈와 팝이 어우러진 앨범을 냈다.

“사실 아내의 직업상 4~5년에 한번씩 각국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음악활동을 하는데 어려움도 있어요. 하지만 어느 곳에나 재즈를 사랑하는 사람은 있으니까, 그들을 위해 노래를 할 수 있다면 그 또한 행복이죠.”

그는 한 가지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팝송도 하고 가요도 하고 재즈도 장르를 다양하게 아우른다. 진정한 음악가라면 편식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엔터테이너지만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가수가 되고 싶다. 스티비 원더처럼 말이다.

노래에서 삶을 대하는 자세를 말하고 사람들에게 한번 더 생각 할 기회를 주는 그런 깊이 있는 엔터테이너가 되고 싶은 것이다. “스티비 원더는 음악가로서 내가 가장 존경하는 분입니다. 이분이야말로 사람들에게 진한 영감을 주는 가수라고 생각해요. 재미있는 것도 좋고 끼도 좋지만 진짜 예술가는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영혼을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스트롱씨는 조만간 콘서트로 한국 재즈 팬 앞에 설 예정이다.

조윤정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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