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김덕룡 박성범 의원이 수 억원대의 지방선거 공천비리 혐의로 당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다. 김 의원은 원내대표를 지낸 5선, 박 의원은 재선의 서울시당위원장으로 모두 당의 간판급 원로 중진 인사들이다. 이들이 구청장 공천 신청자로부터 돈을 받게 된 전후 정황이 추악하고, 당이 먼저 검찰 수사를 요청할 수 밖에 없었을 내외의 사정을 감안할 때 큰 충격이다.
그 동안 한나라당에서 공천비리와 잡음이 끊이질 않았던 것을 보면 이번 사건은 올 것이 왔을 뿐인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 한나라당의 텃밭이라는 영남 지방에서는 더한 일이 있을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수천 명을 대상으로 하는 공천심사를 시도에 위임하면서 공천비리를 감시하고 막아낼 능력을 갖추지 못한 데서 이런 종류의 공천장사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중앙의 중진들이 저지른 행태가 이 지경이면 지방 구석구석은 또 어떨까. 돈 보따리를 싸들고 다니고 모피코트와 최고급 양주를 주고 받는 별천지가 개혁시대 제1 야당의 뒷전 선거판이라니, 할 말이 없다.
진실은 검찰 수사에서 정확히 드러나겠지만 혐의만으로도 김ㆍ박 두 의원의 정치생명은 치명상을 입게 됐다. 한나라당이 스스로 당내 비리에 대해 고백하고 검찰의 도움을 요청한 것은 용기이자 자성으로 봐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평가는 지금 한가하다. 당의 의지와 힘으로 막지 못할 어떤 비리가 지금도 저질러지고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공천구조의 취약성으로 인한 비리와 범죄를 스스로 밝혀내고 어떤 대가를 치루더라도 바로 잡을 일은 바로 잡아야 한다.
차떼기 정당의 오명으로 천막당사 생활을 자청했던 한나라당이었다. 돈 문제라고 하면 두드러기가 나야 할 정당이 여전히 돈 놀음으로 곪아 터지고 있음이 추하게 드러났다. 이런 당을 향해 환골탈태와 혁신을 주문했던 소리들이 이제 와 허탈하기만 하다. 제 살을 도려낸다 해서 그런 수술적 요법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 총체적인 정신 혁명이 있지 않고서는 선거는커녕 제 발로 서기도 힘들어 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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