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자 김영남씨가 북한에 의해 납치된 요코타 메구미씨의 남편일 가능성이 높다는 일본측 발표에 따라 정부는 12일 관련 부처를 중심으로 바삐 움직였다. 하지만 정부는 남북관계도 고려해야 하고 김씨 송환을 요구하는 가족들 입장도 살펴야 하는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정부의 기본 입장은 “사실관계 재확인 후 납북자 문제 해결의 틀에서 이번 사안을 풀어간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요코타 메구미와 김영남 사이의 딸인 김혜경(18)양의 혈액 샘플을 11일 주일 한국대사관을 통해 일본측으로부터 넘겨받았다. 김영남씨 가족 DNA와 이 자료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 공인기관에 넘겨 재검사에 착수하면 결과가 나오는 데 1~2주가 소요될 전망이다. 정부 당국자는 “일본측의 검사 결과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김영남씨가 우리 국민인 만큼 정부 차원의 공식 확인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조사에서 김씨의 납북사실이 재확인되면 ‘생사확인_상봉_송환’의 납북자 문제 해결 원칙을 따르게 된다. 정부는 우선 김씨와 남측 가족의 상봉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정부 입장에서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종석 통일부장관은 취임 후 납북자 문제 해결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북한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납치 문제를 시인하는 것은 자신들의 체제 정당성을 부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1일부터 평양에서 열리는 18차 남북 장관급 회담을 통해 정부는 북측을 최대한 설득할 방침이지만 단시일 내 해결될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 일각에서는 일본 행태에 불만을 표시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특히 발표시점이 고약했다. 일본 정부는 원래 사실상의 6자회담이었던 일본 도쿄(東京) 동북아협력대화(NEACD)가 끝나면 14일을 전후해 관련 내용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북미 수석대표 회동이 무산되는 등 NEACD가 성과 없이 끝나가자 11일 도쿄에 머무르던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에게 관련 내용을 통보하는 등 재빨리 이슈화했다. 일본 정부가 국내 정치에 활용하기 위해 이미 공공연하게 거론됐던 김씨 납북 문제를 재론, 자신들의 이익만 챙긴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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