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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사법개혁 국회가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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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사법개혁 국회가 서둘러야

입력
2006.04.14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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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466호 법정, 재판이 끝나자 큰 박수가 터졌다. 법정을 가득 메운 시민들과 법조인들은 기쁜 얼굴로 ‘국민참여 모의재판’의 성공을 축하했다. 배심원들도 긴장을 풀고 활짝 웃었다. 모두 하나가 되어 ‘개혁’의 기쁨을 나누는 자리였다.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제도’는 국민이 배심원으로 재판에 참여하여 유ㆍ무죄 및 양형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획기적인 개혁안이다. 국민 주권의 신장, 사법절차의 투명성과 신뢰를 높인다는 강점이 있지만 재판비용의 증가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가능성 보여준 국민참여 모의재판

사법개혁추진위원회가 세번째로 주최한 이날 모의재판은 이 제도가 무리없이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남편의 잦은 술주정과 폭력에 시달리던 아내가 부부싸움 도중 남편의 목을 눌러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을 다룬 이날 재판에서 검사와 변호인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논고와 변론으로 배심원들을 설득하려고 노력했다.

2시간의 재판절차가 끝난 후 배심원들은 별실에서 토론을 진행했다. 살인죄에 대해서는 전원이 무죄라고 판단했지만, 폭행치사냐 정당방위냐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그들의 토론을 화면으로 지켜보던 판사와 변호사들은 “배심원들의 법에 관한 이해가 상상했던 것 보다 높고, 토론도 잘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배심원단은 1시간30분 가량 토론을 거친 후 법정으로 돌아와 5대 4로 폭행치사를 인정하는 평의 결과를 내놓았다. 별도로 토론을 진행한 문화예술인 배심원단은 7대 2, 언론인 배심원단은 7명 전원이 폭행치사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살인에서는 무죄, 폭행치사에서는 유죄를 인정하여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의 주체는 국민이었다. 판ㆍ검사와 변호사 등 직업 법관들이 일반인이 잘 이해할 수 없는 법률용어로 진행하는 재판이 아니라 배심원들에게 법을 이해시키고 그들의 상식에 호소하는 재판이 진행됐다. 배심원들은 토론을 통해 각자의 주장을 경청하면서 평의 결과를 내놓았다.

이날의 배심원단은 서울중앙지법 관내 주민 9명으로 구성됐고, 피고와 증인 역은 나눔기획 소속 연기자들이 맡았다. 문화예술인 배심원단에는 영화감독 임권택씨, 장미희 박상원 김갑수씨 등 인기배우들이 참가하여 사법개혁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모의재판이지만 김동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금태섭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진선미 변호사 등이 직접 참여했는데 그들은 한결같이 국민참여재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상식이 곧 법이며, 법은 국민의 생활 속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고 그들은 말했다. 그들은 배심원제도가 시행되면 재판 준비에 더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하는 부담이 있겠지만 결국 이 제도가 국민과 법조인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사법개혁 논의가 시작된 것은 1993년이지만 십여년 간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2003년 대법원이 사법개혁위원회를 발족시켜 개혁의 기본방향을 설정하고, 2005년 대통령 자문기구로 사법개혁추진위원회가 출범하여 사개위 합의사항을 구체적으로 추진하면서 사법개혁이 활기를 띠게 됐다.

사개추위는 그동안 범죄피해자 보호방안,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제도 시행방안, 법학전문대학원 운영방안, 군사법제도 개혁방안, 공판중심적 법정심리절차 확립방안, 고등법원 상고부 도입방안, 법조윤리 확립방안, 양형제도 개선방안 등을 토론하여 의결했다. 이 개혁안들은 국무회의를 거쳐 현재 26개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상식이 곧 법' 법조인들도 확인

그러나 국회가 의결 공포한 것은 범죄피해자 보호법과 구조법 뿐이다. 국회는 사법개혁 입법에 좀 더 속력을 내야 한다. 사법개혁을 입법으로 마무리한 후 ‘개혁의 기쁨’에 젖어있는 국회를 보고싶다. 그런 국회를 보며 국민은 또 얼마나 기뻐하겠는가. 아무리 시끄러워도 국회가 할 일은 차질없이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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