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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솔한 제주 전략공군기지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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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솔한 제주 전략공군기지 구상

입력
2006.04.14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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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이 남제주군 모슬포 옛 일본군 비행장이나 가시리의 대한항공 훈련비행장을 동중국해를 겨냥한 전략기지로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오랜 구상이라지만 당장 2008년부터 4,400억원을 들여 2014년 완성한다는 구체적 스케줄을 국방중기계획에 담았다는 보도는 예사로 듣기 어렵다. 군사전략적 타당성을 논하기에 앞서 제주가 국제 평화관광도시로 발돋움하는 것을 가로막고 제주도민의 반발을 부를 것이 걱정된다. 안보전략 차원에서 민감한 사안을 허투루 공개하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도 냉정하게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공군이 국방중기계획에 제주기지 건설을 포함시킨 것은 언뜻 자연스럽다. 우리가 유전개발을 꾀하는 한일 공동대륙붕과 동중국해의 해상교통로 보호 및 대양진출 해군 호위 등을 위해 제주도에 공군력을 상주시키거나 징검다리로 쓸 기지를 확보하는 것은 군사적으로 바람직하다. 지금은 전략적 수요가 적더라도 국가활동 확대와 주변정세 변화에 대비하는 것은 군과 정부가 게을리해서는 안될 일이다.

그러나 그런 군사전략적 필요보다 제주도의 상징성을 훨씬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본다. 제주를 국제 평화관광도시로 육성하려는 뜻은 단순히 천혜의 이점을 살려 실리를 얻는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유례 드문 동존상잔 전쟁과 적대의 질곡에 얽매인 처지를 딛고 한반도의 평화적 미래를 주도적으로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었다. 한갓 희망에 불과할지 모르나, 주변 정세가 복잡할수록 국가 전략 내지 정체성으로 내세울 만하다. 공군기지 건설은 이런 명분과 바람에 분명 어긋난다.

현실적으로도 공군기지 건설은 해군기지 계획이 이미 경험한 주민 반발에 부딪쳐 표류할 공산이 크다. 주변국과의 전략적 갈등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기지건설 계획을 공론화하는 것부터 현명하지 않다. 실제 군사적 의미가 큰 것은 기지 건설보다 전력 배치 문제이고, 이는 떠들지 않고도 전략상황 변화에 따라 대처할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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