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엘 샤론(78) 이스라엘 총리가 11일 병석에서 정계를 은퇴했다. 1월 4일 뇌졸중으로 쓰러져 의식을 잃은 지 97일 만이다.
이스라엘 내각은 이날 샤론 총리에게 ‘영구 무능력자’ 판정을 내림으로써 5년 간 지속된 샤론 총리 체제의 종언을 고했다.
2001년 3월 강경 우파 정당인 리쿠드당 당수로서 총리가 된 샤론은 올해 초 쓰러지기 전까지 총리 연임에 문제가 없었다. 그가 지난해 11월 출범시킨 카디마당은 지난달 총선에서 전체 120석 중 29석을 얻어 제1당이 됐다. 하지만 ‘불도저’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강인한 인상의 그는 결국 뇌졸중을 극복하지 못한 채 혼수상태에서 정치생명의 최후를 맞았다.
1928년 팔레스타인에서 태어난 샤론은 14세에 유대인 지하군사조직 ‘하가나’에 들어가 73년 전역할 때까지 반 평생을 군인으로 살았다. 그는 현재 이스라엘 지도를 만들어 놓은 67년 3차 중동전에서 동예루살렘과 요르단강 서안, 가자지구를 점령하는 공을 세워 ‘전쟁 영웅’으로 떠올랐다.
70년대 리쿠드당 창당에 참여해 정계에 투신한 샤론은 국방장관 시절이던 1982년 레바논에 있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조직을 무너뜨리기 위해 메나헴 베긴 당시 총리에게 보고하지 않은 채 공격했다. 이 때문에 팔레스타인들로부터 ‘도살자’라는 오명을 얻었다.
98년부터 벤야민 네탄야후 총리 정부 하에서 외무장관을 지내다 99년 총선에서 네탄야후가 패배하자 리쿠드당 당수직을 물려받았다. 2001년 2월 총선에서 에후드 바라크 주도의 노동당을 이겨 총리직에 올랐다.
총리 취임 후 독자 평화안을 만들어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9월 38년 간 점령했던 가자지역을 포기했다. 점령지 확장 정책을 주도해온 샤론은 팔레스타인인이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땅을 주는 것이 이스라엘 안보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샤론의 선택은 지난달 실시된 조기 총선에서 승리를 거둠으로써 인정받았다. 그가 성취하지 못한 팔레스타인 분리정책은 후계자인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대행의 몫으로 남았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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