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이민 규제강화 법안에 대한 반대시위가 미 전역으로 번져 가면서 미 사회에 히스패닉이 태풍의 눈으로 등장하고 있다. 히스패닉은 스페인어를 쓰는 라틴 아메리카 출신을 뜻한다.
미 언론들은 11일 최근 일련의 시위가 불법이민자들에 대한 합법화 요구를 넘어 히스패닉의 발언권을 결정적으로 강화함으로써 정치적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내 히스패닉 인구는 2004년 현재 미국 전체 인구의 14.1를 차지, 흑인(12.2%)을 제치고 백인에 이어 2위로 부상했다. 이미 4,000만명을 넘어선 히스패닉 인구 중 4명 중 1명이 불법이민자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 내 전체 불법이민자가 1,200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불법 이민 합법화는 사실상 히스패닉에게 주도권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투표권이 있는 히스패닉은 1,300만명이고 이 중 60% 정도가 실질적으로 유권자 등록을 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따라서 정치적 영향력으로 보면 히스패닉의 힘이 백인이나 흑인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전체 인구 중 상대적으로 히스패닉 비율이 높은 텍사스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등에서는 히스패닉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져 있다. 히스패닉 인구의 증가 추세를 보면 백인 사회가 느끼는 위기의식이 분명해 진다. 2000~2004년 백인 인구가 1.1%가 증가한 반면 히스패닉 인구는 무려 17% 증가했다.
때문에 2050년께에는 미국내 백인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2020년께 히스패닉 투표권자는 2,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시위 과정에서 이들의 잠재력은 그들이 ‘스스로 놀랄 정도로’ 표출되고 있다. 9일 텍사스주 댈러스에서의 시위를 주도한 한 관계자는 “2만명 정도를 예상했는데 50만명 가까이 모였다”고 말했다.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벌어진 시위에서는 “의회 정치인들이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가 그들을 바꿀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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