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의혹을 받고 있는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 대해 국내 인수합병(M&A) 전문가들은 어떤 평가를 하고 있을까. 은행과 증권사의 전문가에게 지금까지 사실로 확인된 몇가지 정황에 대해 의견을 물은 결과, 이들 역시 “석연치 않는 부분이 적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처음부터 론스타와 배타적 협상?
외환은행은 2003년 하반기 론스타와 매각계약을 맺었지만 이미 2002년 10월부터 편지를 교환하며 실사를 허락했다. 2003년 3~4월 주간사인 모건스탠리가 10여 개 회사에 인수의향을 알아봤다지만 통상적인 투자제안서도 만들지 않았다. ‘공개경쟁이 아니라 처음부터 콕 찍어 협상을 벌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여기서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상식 밖”이라고 답했다. 한 증권사의 전문가 K씨는 “관련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오리발을 내밀고 이사회에 뒤늦게 보고하는 것은 극비로 진행되는 M&A 성격상 가능한 일”이라면서도 “2002년 10월이면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이 전혀 불투명했을 때인데 그 때부터 배타적 협상을 벌였다면 뭔가 정해놓고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모 은행 전문가 J씨도 “파는 쪽에서는 경쟁자를 많이 모을수록 비싸게 받을 수 있을 텐데 돈 한 푼 안드는 투자제안서도 안 만들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퇴직 경영진에 거액 보상?
론스타 측은 외환은행 인수 후 자신들과 협상을 벌였던 이강원 행장, 이달용 부행장 등과 경영고문 계약을 맺고 각각 8억~9억 원의 고문료를 지급했다. 수십만 주의 스톡옵션도 줬다.
물러나는 피인수기업의 경영진에 금전적 보상을 해 주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반적이지는 않다’는 의견이 ‘관행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보다 많았다. 전문가 H씨는 “남은 임직원에게 더 잘하라는 의미의 격려금은 줄 수 있어도 물러나는 경영진에게 고문 자리를 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K씨는 “외국과 우리나라는 업계 관행이 다르다. 어느 정도 보상은 가능하다”고 답했다.
다만 8억~9억원이라는 액수는 경영진이 퇴직 전 받던 임금수준과 비교해 봐야 하지만 1조원이 넘는 딜의 규모에 비춰 그리 많은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대세였다.
주간사와 5개월 지나서야 정식계약?
외환은행은 2003년 3월 모건스탠리를 주간사로 고용했지만 정식계약은 그 해 8월에야 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주간사가 되기 위해 영업 차원에서 이런저런 서비스를 제공하긴 하지만 단독으로 주간업무를 맡으면서도 5개월이 지나 정식계약을 했다면 관행 밖”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 K씨는 “정식계약 전 활동은 공식 업무는 아니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간사 두고 별도로 자문계약?
모건스탠리라는 주간사를 두고도 박순풍씨의 엘리어트홀딩스와 자문 계약을 맺은 데 대해서는 모두가 “가능한 일”이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외환은행 같은 큰 회사가 이름도 없는 소규모 회사에 자문을 구한 것은 과연 무슨 임무를 맡겼는지 의심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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