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기 시작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검찰 수사에 부심하는 정몽구 현대ㆍ기아차그룹 회장, 디자인 현장 경영에 나선 구본무 LG그룹 회장.’
재계 빅3 회장의 행보가 각양각색이다. 이 회장은 최근 계열사 사장과 개별 면담 등을 진행하며 ‘은둔’에서 탈피, 기지개를 펴고 있는 반면 검찰 수사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 정 회장은 외부 행사 일정 등을 잇따라 연기 또는 취소하며 대응책 마련에 고민하고 있다. 이에 비해 자유로운 구 회장은 최근 계열사 디자인센터를 방문, 고객의 심성을 사로 잡는 디자인을 주문하는 등 현장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안기부 ‘X파일’ 파문으로 출국한 후 5개월여만인 지난 2월 귀국한 뒤 특별한 움직임이 없던 이 회장은 최근 경영 전반을 챙기고 나섰다. 지난달말부터 그룹계열사 사장을 차례로 서울 한남동 승지원(삼성 영빈관)으로 불러 현안 등을 보고 받고 있는 것. 이미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사장을 비롯 삼성전자 사장단과 회의를 가진 데 이어 내달까지 계열사별 면담 일정 등이 촘촘하다.
특히 이 회장은 사장단과의 만남에서 각 사의 경영 전략 뿐 아니라 반(反) 삼성 정서와 ‘삼성 공화국’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 마련, 사회 공헌 방안 등을 적극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2월 귀국하며 “삼성이 비대해져 느슨한 것을 느끼지 못했다”고 자성한 바 있다.
이 회장이 움직이며 삼성의 행보도 활발하다. 삼성은 13일 서울 중구 서소문동 호암아트홀에서 삼성자원봉사센터 발대식을 가진 뒤 전국 100여곳에서 전임직원 14만8,000여명이 자원 봉사 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반면 정 회장은 현대ㆍ기아차그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초강도로 진행되며 다소 위축되는 모습이다. 정 회장은 18일로 잡힌 베이징현대차 중국 제2공장 건설 비준식과 27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우드로 윌슨상 수상식엔 참석하기 힘들 전망이다. 이미 26일 열릴 예정이었던 기아차 미국 조지아주 공장 착공식은 내달 중순으로 연기됐다.
내달 17일로 계획된 체코 노소비체 공장 기공식도 정 회장의 참석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 회장은 평상시와 다름없이 매일 오전6시30분이면 출근, 계열사 업무를 직접 보고받고 있는 등 정상적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며 “그러나 오래전부터 예정돼 있던 큰 행사들이 차질이 빚어져 대외 이미지 타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평소에도 스킨십을 중시하는 구 회장은 최근 일일이 현장을 찾아 다니면서 디자인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임원 세미나와 연구개발성과 보고회 등에서 “어려운 때 일수록 고객 가치를 위한 근본적인 변화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한 데 이어 4일과 11일 LG전자와 LG화학의 디자인센터를 방문, “고객의 감성을 사로잡고 고객의 사용 편의성을 극대화시키는 디자인에 힘쓸 것”을 당부했다. 올해 경영 화두인 ‘고객가치 중심 경영’을 그룹 내에 확고히 정착시키기 위한 행보라는 것이 그룹측의 설명이다.
구 회장은 “슈퍼 디자이너에게는 파격적인 인센티브와 대우를 해줘야 한다”며 “우수 인재의 확보도 중요하지만 우수 디자이너 육성 프로그램에도 힘을 쏟을 것”을 강조했다. 구 회장은 또 이 자리에서 냉장고와 세탁기의 내부 공간, 디스플레이 제품의 두께 등을 일일이 살피며, 차별화한 디자인을 주문했다.
한편 다음달 24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대ㆍ중소기업 상생 간담회에 이 회장과 구 회장은 참석할 예정이나 정 회장은 참석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이다.
박일근기자 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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