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주보다 류현진의 공이 더 좋다."
한화 김인식 감독은 평소 '제2의 선동열'로 불리는 KIA 신인 한기주(19)보다 동갑내기 왼손 투수 류현진(한화)이 더 낫다고 칭찬했다. 이제 갓 프로 무대를 밟은 어린 제자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김 감독의 칭찬을 듬뿍 받은 류현진은 12일 잠실에서 열린 LG전에서 데뷔 후 첫 선발 등판, 눈부신 역투를 펼치며 팀의 4-0 완승을 이끌었다.
시속 151㎞에 이르는 강속구를 뿌려댄 류현진은 8회 1사후 최영필과 교체될 때까지 LG 타선을 3안타 1볼넷 10탈삼진 무실점으로 꽁꽁 묶었다. 한화는 류현진의 깜짝 호투에 힘입어 이날 현대전에서 승리를 거둔 삼성과 공동 1위(3승1패)에 올랐다.
프로 첫 승을 거둔 류현진은 시속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와 120㎞ 안팎의 커브, 체인지업을 섞어 던졌다. 삼진 10개를 솎아낸 류현진은 데뷔전 최다 탈삼진 타이기록도 세웠다. 1985년 롯데 박동수가 처음 세운 이 기록은 박동희(롯데), 김진우(KIA)에 이어 류현진이 4번째.
류현진은 경기 후 "팀이 이겨 너무 좋다. 한기주보다는 더 잘하고 싶다"고 데뷔전 승리 소감을 밝혔다. "직구가 빠른 대신 기복이 심한 편"이라고 단점을 밝힌 류현진은 "올 시즌 목표는 10승 달성과 신인왕 수상"이라면서 "3년 뒤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한국을 대표해 공을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한화의 대졸신인 연경흠(23)은 결승 홈런으로 류현진의 승리를 도왔다. 연경흠은 1회초 LG 선발 심수창으로부터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120m짜리 1점 홈런을 터트렸다. 프로 무대 첫 홈런.
'악바리'로 불리는 연경흠의 한 방에 김인식 감독의 입에는 미소가 번졌고, 불펜에서 몸을 풀던 류현진의 어깨는 한결 가벼워졌다. 신인 류현진과 연경흠의 맹활약은 세대교체에 대한 한화의 고민을 말끔히 털기에 충분했다.
롯데는 부산 홈 개막전에서 선두를 달리던 SK를 6-5로 꺾었다. 지난 94년 이후 12년 만에 롯데 사령탑을 맡은 강병철 감독은 부산 팬들에게 짜릿한 역전승을 선물했다. 지난 해 챔피언 삼성은 수원 구장에서 열린 '라이벌' 현대전에서 연장 10회 혈투 끝에 4-2로 승리. 개막전 패배 후 3연승을 달렸다.
현대는 지난 96년 창단 후 첫 개막 4연패의 충격에 빠졌다. 기아는 홈 개막전에서 두산과 연장 12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상준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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