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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동화집 '사람이 가장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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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동화집 '사람이 가장 아름답다'

입력
2006.04.1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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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진 동화작가 김병규(58)씨의 새 동화집 ‘사람이 가장 아름답다’(예담, 9,000원)는 ‘내일을 행복하게 해주는 동화’라는 부제를 달고있다. 그 부제처럼 그의 동화는, 펼쳐 읽는 지금 이 한가한 시간보다는 사는 일로 분주한 내일쯤, 그것도 어쩌면 아득한 내일의 어느 한 순간 불쑥 떠올라 마음을 눅눅하게 가라앉혀줄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그 이야기들은 삶의 먼지 엉긴 마음의 버캐를 눅이고 풀어 그 위에 배어나올 이슬처럼 정(淨)한 한 방울의 눈물을 내장하고 있다. 당장의 갈증을 풀어줄 청량음료의 자극성은 없으나, 미래의 어느 순간에 대한 모종의 기대로 미리 뿌듯해질 수 있는 그런 고마움이다.

책에는 열 편의 그런 고마운 글들이 실려있다. ‘그’가 있어 고마운, 그런 ‘그’들이 그의 책 속에는 살아있다. 한글도 깨치지 못한 나이 먹은 제자를 격려하고자 ‘지게를 지고 갈 때 오르막이 더 힘드나, 내리막이 더 힘드나?’ 하는 문제를 내는 선생님과 그 ‘별 것 아닌’ 시험으로 자신감을 얻었노라고 고마워하는, 이제 학부형이 된 제자.(‘억이’) 움막에 살며 동냥으로 끼니를 때우면서도 가정방문 오신 선생님에게 동냥한 밥 가운데 가장 깨끗한 부분을 대접하는 어머니와, 그 군내 나는 밥을 두고 ‘이 밥을 먹지 못하면, 선생님 자격이 없다’며 달게 참고 먹는 선생님, 버젓이 자라 그 선생님께 따뜻한 순댓국을 대접하는 제자.(‘밥맛’)

‘백만 원짜리 식사’는 한 동화작가와 친구의 우정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은행에서 일하며 ‘짠돌이’로 소문난 남자는 친구의 동화책이 나왔다는 소식에 한턱 내겠노라며 친구를 부른다. 그리고선 기껏 간 곳이 포장마차다. 하지만 남자는 친구 몰래 친구의 동화책을 사서는 은행 손님들에게 선물로 나눠주며 이렇게 생색을 낸다.

“‘물에서 나온 새’라는 동화집인데, 신문에도 났어요. 무척 재미있어요. 제 손님이 된 기념으로 드릴게요.” 그의 ‘별난 한턱’을 선사 받은 이가 5년 전 작고한 동화작가 정채봉 씨고, 그 경험을 ‘친구 같은 동생’인 작가에게 들려줬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떠올려 쓴 작품이라는 것이다.

책 속의 이야기는 대부분 필자가 직접 겪었거나 주위에서 전해들은 경험담을 바탕으로 쓰여졌다고 한다. 가난의 공간, 가난하지만 따듯한 정을 나누는 사람들, 못나고 뒤쳐져도 사랑이 있어 주눅들지않는 관계의 이야기들이다. 때로는 그의 동화들이 이 각박한 타산과 경쟁의 세상과 물질 풍요의 동심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그럴수록 동화를 써야 하고 읽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들 약아지고 각박해졌다고 하지만 아이처럼 선한 마음은 어딘가 살아있지 않겠느냐”고 “동화는 그 숨겨진 본심에 호소하는 장르”라고 말했다.

책 속의 ‘그’들을 만나는 일은, 깊이 숨어버려 이제는 잊힌 ‘나’와의 귀한 약속을 환기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 약속을 다시 마음 가운데 꺼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부자가 된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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