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초등학생 성폭행 살인범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시민단체와 유족들은 사형이 선고되지 않자 강력히 반발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김윤권 부장)는 13일 초등학생 허모(11)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모(53)씨에게 무기징역을, 시체유기를 도운 김씨의 아들(26)에게 징역 3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을 극형에 처함이 마땅하나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이 아니고, 체포 후 깊이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해 무기징역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같은 반사회적 범행의 재발 예방을 위해서라도 사형을 선고해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에도 설득력이 있다”며 “그러나 사형이 사법제도의 극히 예외적인 형벌인 점을 감안할 때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객관적 사정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김씨의 아들에 대해 “아버지의 범행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고 범행 은폐를 위해 시체유기에 적극 가담한 점을 고려하면 무거운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그러나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어 징역 3년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김씨에게 사형을, 아들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이 같은 판결이 내려지자 피해자 허양의 부모와 친척, 시민단체 회원 등이 거세게 항의해 재판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허양의 부모는 “살인범에게 무기징역이라니 말도 안 된다”며 재판부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검찰은 즉각 항소키로 했다.
피고인 김씨는 2월17일 오후 7시께 서울 용산구 용문동 자신의 신발가게 안에서 허양을 성폭행하려다 허양이 반항하자 흉기로 살해하고 아들과 함께 시체를 불태워 유기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한편 이날 법정에는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밝힌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나와 재판을 방청했다. 강 전 장관은 “지방정부 차원에서 시행할 성범죄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방청했다”며 “이번 판결은 성범죄에 대한 관대한 처벌 관행에 쐐기를 박은 과감한 판단”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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