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공천비리 파문은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에도 깊숙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사안 자체가 워낙 충격적이라 한나라당의 내상(內傷)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서울에서 한나라당의 지지도는 낙폭이 문제일 뿐 일단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부패이미지가 굳어질 가능성이다. 대선자금 비리로 얻은 ‘차떼기당’ 딱지에 이어 ‘공천장사’라는 오명까지 쓰면 명분에서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맹형규ㆍ오세훈 전 의원, 홍준표 의원 중에서 누가 서울시장 후보가 되더라도 이런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만에 하나 공천비리 의혹이 계속 터지면 그야말로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 부동층이 고개를 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외곽 지지층의 이탈은 물론 적극 지지층까지 위축되는 최악의 사태를 배제할 수 없다. 앞서 2002년 지방선거 당시 집권당이던 민주당은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 측근들의 잇단 비리로 호남출신들이 대거 기권하는 바람에 서울시장 선거에서 참패한 바 있다.
이런 흐름에서 보면 오 전 의원의 등장으로 주춤했던 열린우리당 강금실 전 법무장관의 ‘강풍(康風)’이 다시 커질 수도 있다. 한나라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되면서 강 전 장관이 내세운 반부패ㆍ개혁 이미지가 먹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심리적 타격만큼이나 실질적인 지지도 하락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엄존하고 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인물대결로 전개되면 정당 지지도는 부차적인 요소일 뿐이라는 분석이다.
한나라당 후보들은 이런 점을 인식, 겉으로는 위축되지 않고 있다. 홍 의원은 5공비리 등과 맞선 ‘모래시계 검사’ 이미지를, 맹 전 의원은 합리적 개혁이미지를 새삼 강조하고 있다. 오 전 의원은 자신의 클린이미지를 부각시킬 절호의 기회라고 재해석할 정도다.
여론조사기관인 미디어리서치 김지연 이사는 13일 “아직 판세까지 바뀐다고 속단하긴 힘들다” 며 “유사한 공천비리가 계속 터질지, 시민단체가 과거의 낙선ㆍ낙천운동처럼 선거쟁점으로 만들지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동국 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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