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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워드 방한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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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워드 방한이 남긴 것

입력
2006.04.14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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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드 이놈 데리고 미국 안 갔으면 밤무대나 뛰고 깡패나 되는 것 말고는 없었을 거야.”

혼혈 스포츠 스타 하인스 워드의 어머니 김영희씨는 12일 출국장을 나서면서 혼혈인 문제를 한마디로 정리했다. 자신의 뜻을 펼쳐 볼 기회도 없이 유흥가와 뒷골목으로 밀려나야 했던 대다수 혼혈인의 운명을 대변한 말이다.

워드에 열광하는 한국 언론을 보면서 이 땅의 혼혈인이 느꼈던 비애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은 9박10일의 방한 기간 신문과 TV 화면을 장식하는 워드의 모습을 보며 ‘내가 살아온 곳이 미국이었다면’ 하는 말을 수도 없이 되뇌었을 것이다.

우리 혼혈인 문제의 핵심은 사회적 차별이나 따돌림이 ‘기회의 박탈’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사회적 냉대와 멸시도 모자라 교육 받을 권리조차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비록 능력이 있어도 ‘대졸 이상’이라거나 ‘용모 단정’의 제한 때문에 입사원서조차 써보지 못한 사람이 부지기수다.

워드도 미국에서 수없이 많은 따돌림을 받았지만, 혼혈인이라는 이유로 풋볼팀에서 거절당하지는 않았다. 여러 매체들이 ‘혼혈인에 대한 마음의 벽을 허물자’며 법석을 떨었지만, 정작 혼혈인이 원하는 것은 값싼 동정이 아니라 균등한 기회일 것이다.

이제 워드는 숱한 화제와 눈물을 뿌리고 자신을 키워낸 미국으로 돌아갔다. 워드 모자가 한국에 머무는 동안 지나친 환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해맑은 미소와 지극한 효심, 태어난 나라에 대한 애정은 모든 비판론을 잠재웠다. 오히려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성공한 그의 인간 스토리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움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아직도 씻어내야 할 부끄러움이 많기에 워드의 한국 방문은 결코 ‘일회적 이벤트’로 그칠 수 없다.

정철환 사회부 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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