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한 돌파구가 없다.”
당 중진 의원들의 공천 헌금 수수파문이 거세게 휘몰아친 13일 한나라당은 충격과 당혹감 속에 사태추이를 주시했다. 한 재선 의원은 “시간이 유일한 해결책인 것 같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소나기가 퍼붓는 마당에 일단 비를 피해야지 달리 할 일이 있겠느냐”고도 했다.
지도부도 말을 아끼고 있다. 박근혜 대표는 공천 파문에 대해 “국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했을 뿐이고, 이재오 원내대표는 “앞으로도 공천비리는 일벌백계 하겠다”며 원칙론만 맴돌았다.
이런 가운데 당내엔 “전반적으로 우세한 판세가 뒤집히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만약 여당의 주장대로 텃밭인 영남에서까지 비리가 터진다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지도부는 이번 파문이 당 차원의 구조적 비리가 아닌, 개인비리임을 부각시키며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자세다.
당 차원의 대국민 사과 등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지만, 허태열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건은 대국민 사과를 할 사안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동시에 지도부는 읍참마속의 결단을 내린 점을 평가해달라는 눈치다. 당직자들은 ‘고뇌어린 결단’ 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자정의지를 보이고 대국민 약속을 지키는 등 이전 ‘차떼기당’ 시절과는 달라졌음을 강조했다. 허 총장은 “우리의 결단을 보고 국민이 한나라당을 더 지지할 명분을 가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지도부 책임론에 대해서도 “왜 지도부가 이번 일에 책임을 지나. 오히려 지도부가 잘한 일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지도부의 이런 기대가 현재로선 통할 것 같지 않다. 당내에서조차 수요모임 등 소장파는 지도부의 태도가 안이하다는 입장이다. 이 참에 정풍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형준 의원은 “지도부가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어떤 형태든 대국민 사과의 모양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천 헌금 파문을 수습하는 방법을 놓고 당내 분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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