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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초과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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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초과 근무

입력
2006.04.14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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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일어나자. 생각은 굴뚝 같은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졸음이 꽉 차 있다 못해 줄줄 샌다. 방바닥이 이부자리 채로 흐늑흐늑 잠 속으로 빨려 들어온다. 무거운 손을 뻗어 시계를 보니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결단을 내릴 때다. 잠이냐, 운동이냐? 두 시간 후면 헬스장 문을 닫는다.

이번 주는 이틀밖에 운동을 못했다. 운동이다, 운동! 그 결단을 벽 너머의 거센 황사 바람 소리가 어림없다는 듯 쓰러뜨린다. 저 바람 소리에 종일 방에 갇혀 있었다. 지긋지긋 지겨운 저 겹겹 가시덤불 같은 바람 소리. 쓰러진 김에 나는 계속 자기로 한다. 잠들기 직전, 이번 주 일요일이 헬스장을 여는 날이던가 생각한다.

내가 다니는 헬스장이 격주로 일요일에도 문을 연 지 몇 달 됐다. 일요일에 헬스장을 이용하는 건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을 격무에 시달리게 하는 데 동참하는 건데, 염두에 두다니 나도 별 수 없는 인간이다.

근래 한 대형 서점의 폐문 시간이 한 시간 미뤄졌다. 내 편리함이, 그 대신 늘어났을 점원들의 근무 시간을 상쇄할 만큼은 아닌 것 같다. 초과 근무는 추하다! 영업장 근로자뿐 아니라 소비자의 마음까지도 불편하게, 또 불쾌하게 하는 것이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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