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의 할인업체인 까르푸가 철수하는 것은 국내 시장의 트렌드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달 한국백화점협회 신임회장으로 선출된 석 강(사진) 신세계 백화점부문 사장은 13일 기자회견을 갖고 소비자의 성향을 읽어내지 못하는 유통업체는 언제든지 도태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영업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석 회장은 “국내 소비자들은 창고식 할인점보다는 깨끗한 매장을 선호하고, 신선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까르푸의 철수는 결국 지역밀착형 매장을 두고 벌인 업체간의 경쟁에서 실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몇 년 사이 백화점이 할인점의 공격경영에 밀려 유통업 분야에서 1위 자리를 내준 것도 이런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석 회장은 “백화점이 할인점과 가격경쟁을 통해 우위에 서겠다는 것은 이제 낡은 생각”이라며 “대신 소비자들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주는 고품격 생활문화공간으로 거듭나는 것이 백화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백화점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는 백화점을 가보면 이런 바람을 쉽게 감지할 수 있다고 전한다.
“요즘 백화점은 패션쇼, 연주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여는 곳일 뿐 아니라 옥외정원과 식당가를 갖춘 고품격 생활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석 회장은 “할인점이나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차별화 전략이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에서 백화점은 도시의 심벌이자, 문화생활의 척도를 나타낸다”며 “국내에도 이런 변화를 통해 사치품 취급점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석 회장은 이를 위해 할인점은 물론 다양한 형태의 유통업체와 한데 묶는 것도 적극적으로 반긴다. 실제 인천과 광주 등에서 백화점과 할인점이 한 건물에 들어온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석 회장은 “백화점과 할인점의 업무가 달라지면서 이제는 경쟁 관계가 아니라 동반관계로 동반 성장이 가능해졌다”며 “값싼 물건 쇼핑은 할인점에서, 보다 업그레이드된 문화생활은 백화점에서 즐기는 공존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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