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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매치포인트 "거부할 수 없는 유혹 그 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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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매치포인트 "거부할 수 없는 유혹 그 끝은…"

입력
2006.04.14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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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치 포인트’는 배구 테니스 탁구 등 네트를 사이에 두고 펼쳐지는 운동 경기에서 승부를 결정 짓는 마지막 한 점을 의미한다.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단 한 점. 어떤 이에게는 희극을, 그 반대편의 다른 이에는 비극을 안겨주는 매치 포인트가 인생에도 존재하는 걸까. 사랑지상주의자라면 연인, 야심가라면 출세에서 자신만의 ‘결승점’을 찾을 것이다. 우디 알렌의 신작 ‘매치 포인트’는 사랑과 출세의 갈림길 위에 선 ‘위기의 남자’를 통해 인생의 매치 포인트는 과연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자신의 한계를 일찌감치 간파하고 테니스 선수 생활을 그만둔 아일랜드 출신 크리스(조나단 리스 마이어스)는 강사로 일하다 영국 상류층 청년 톰(매튜 굿)과 친분을 쌓게 되고, 이를 발판으로 톰의 동생 클로에(에밀리 모티머)와 뜨거운 사이가 된다. 예비 처가의 호의 속에 장래 장인의 회사 중역으로 발탁된 크리스의 앞날은 톰의 약혼녀 노라(스칼렛 요한슨)가 나타나기 전까진 탄탄대로처럼 보인다.

가진 것은 변변치 않지만, 노라는 정염 가득한 눈빛 하나만으로도 전도유망한 크리스의 마음을 흔들어놓기에 충분하다. 사랑이냐 신분 상승이냐. 선택의 기로에 선 크리스는 모든 것을 손에 쥐려는 위험천만의 모험에 빠져든다.

영화는 알렌이 감독했다는 사실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상영시간 내내 차갑고 어둡다. 알렌이 전작들에서 보여준 특유의 귀여운 신경질과 상식에 반하는 따스한 유머는 흔적 조차 찾을 수 없다. 대신 알렌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서슴없이 ‘죄’를 선택하는 크리스를 내세워 현대사회를 사는 인간 욕망의 한 단면을 예리하게 포착해낸다.

별볼일 없는 신분에서 상류층으로 점프한 크리스가 ‘팜므 파탈’에 의해 몰락하는가 싶더니 결국 여자를 파멸시키는 ‘옴므 파탈’로 돌변한다는 극의 전개는 반전의 묘미를 더한다.

그러나 진정한 반전은 마지막 부분에 슬며시 감춰져 있다. 크리스가 죄를 짓지만 운이 좋아 벌을 받지 않게 되고, 그의 옳지 못한 선택에 힘입어 그의 아이는 명문가에서 태어나는 행운을 얻게 된다. 고희(古稀)의 노장은 결국 인생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매치 포인트는 출생의 운이라는, 서늘한 농담과 함께 이야기를 마감한다. 13일 개봉. 18세.

라제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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